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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엇갈리는 업종별 희비...경기 침체 이어지면 "이러다 다 죽어"

입력
2022.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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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결제 위주 반도체, 조선 등 업종은 반색
현지화 위주거나 원자재 수입 많은 업종은 울상
고환율 상황 지속돼 경기 침체 접어들까 우려

원·달러 환율이 1339.8원으로 마감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339.8원으로 마감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40원에 육박한 22일 산업계는 업종별로 반응이 엇갈렸다. 달러가 주요한 결제 수단인 반도체 등에선 고환율이 영업이익 증가를 가져오지만, 원·부자재를 수입·가공해 수출하거나 현지 화폐로 대금을 주고받는 업종에선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 덕을 보고 있는 대표 업종은 반도체 분야다. 환율이 높을 때 달러로 거래한 실적을 원화로 바꾸면 실적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환차익으로 2분기 1조3,000억 원, SK하이닉스는 4,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에 접어든 조선업계도 해외 선주로부터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고 있어, 주문을 땄을 때와 비교해 환율이 올라 달러가 오른 만큼 매출이 상승한다.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는 완성차 업계도 고환율은 수익성이 높아져 당장은 호재다.

사고파는 거래 대부분을 달러 기준으로 하는 정유 및 철강, 해운도 오른 가격에 사고팔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 기준으로 작성되는 장부상으로는 환차익이 생겨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커지는 착시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 높거나 현지 화폐 결제 많은 업종 타격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식품 업종, 주로 현지 화폐 단위로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가전 업종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을 많이 하거나 국내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는 대두나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에 고환율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푸념했다.

최근 판매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전기차 업계 역시 올라가는 환율에 불안해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가격이 달러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데다가 주요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수입 가격 상승은 전기차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가격과 납품 가격 차이로 고통을 겪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그만큼 제조 원가가 오르는데, 대기업들이 환율 상승 전 결정된 납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중소기업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병용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 제조업체 입장에선 환율이 1,300원대 이상 오르면 타격이 심해진다"면서 "이미 적자 규모가 커서 더 이상 대비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환율의 가장 부정적 효과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 기준으로는 20조 원이던 투자 비용이 현재 22조 원대로 2조 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월 미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1조7,000억 원을 들여 연산 1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인플레이션에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계획보다 투자비가 크게 뛰자 지난달 계획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렇게 단기적으로는 고환율로 인한 영향이 업종마다 차이가 나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 감소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recession) 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은 가격 요인보다는 수요 요인의 영향이 훨씬 크다"면서 "개별 기업이 대처하기 힘든 환율 문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 현상까지 진행되면 산업계는 정말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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