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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내에서도 강수량 100㎜ vs 22.5㎜... 동네마다 다른 국지성 폭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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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경기 평택시와 용인시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평택시 서탄면에는 오후 3시부터 약 3시간 동안 100㎜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고,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에는 약 4시간 만에 83.5㎜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시간 바로 옆 동네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인접한 평택시 고덕면에는 22.5㎜의 비만 내렸고, 용인시 처인구 안에서도 포곡읍엔 24.5㎜만, 백암면엔 31.5㎜만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주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 때도 나타났다. 이달 8일 서울 안에서도 기상청이 위치한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하루 동안 381.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지만, 중구 송월동에는 94.2㎜가, 서대문구 신촌동에는 86.5㎜가 내렸다. 서울 공식 최대 일강수량 값이 경신되지 않은 이유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동네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극심하게 달라지기도 하면서 기상청 예보 정확도가 더 낮게 느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에 비가 50㎜ 온다'고 하더라도, 강남구에 80㎜가 내리고 강북구에 5㎜만 내리면서 두 동네 모두 '예보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나라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반도의 위치다. 한반도는 여러 성질을 가진 기단이 만나는 곳으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북서쪽에서는 차고 건조한 성질을 가진 대륙성 기단이 내려오고, 남쪽에서는 습하고 뜨거운 북태평양 기단이 올라온다. 이밖에 적도에서 올라오는 공기, 오호츠크해 쪽에서 영향을 주는 공기까지 다양한 성질의 기단이 한반도 위에서 맞부딪히는 구조다. 이 와중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비구름 발달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크기는 전 지구적 기준에서 보면 너무 작다. 대륙만 한 크기의 기단끼리 부딪히는 상황에서 영향을 받는 땅 덩어리가 너무 작으니, 오차범위 내의 변동만 생겨도 비 내리는 지역이 아예 달라져버리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들을 데리고 길을 건널 때 하수구 구멍이 작게 나 있으면, 어미 오리는 잘 건너가지만 아기 오리들은 빠지기 십상"이라며 "우리나라가 새끼 오리처럼 작기 때문에 오차범위 내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평야보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도 예보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는 해안가로 올라오면서 땅 위의 요철에 따라 위쪽으로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불규칙적으로 비구름대를 발달시킨다. 크고 작은 산들을 만나면서 산의 한쪽 면에만 비가 내리기도 하고, 산을 타고 넘어가면서 더 요란한 비구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불안정성이 커져 큰비가 내리기도, 비가 안 와 가뭄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장비 등 인프라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계산 속도를 책임지는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세계 전체 컴퓨터 중에서도 상위권(30위 안) 성능을 자랑하고, 지상 기반 무인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나라 면적에 비해 촘촘히 깔려 있어 관측망 해상도도 높다. 기상위성도 비교적 최근에 띄운 덕에 성능이 좋은 편이다. 자체 예보 모델(KIM)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 모델과 비교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극한 기후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점이다. 2018년 '최악의 폭염'이나, 올해 한 시간 만에 140㎜가 넘는 전례없는 수준의 폭우가 좁은 지역에 쏟아진 것 모두 예상 범주를 넘어선 현상이었다. 수십, 수백 년에 한 번쯤 벌어질 이례적인 일이 지속되고 있어 기상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아직 이상 기후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진행에 따라 극한 기후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는 "극한 기상 현상이 새로운 규범인 '뉴 노멀'이 된다"며 "온도 상승과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 폭우와 가뭄 등이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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