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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당대표' 이준석이 남긴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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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직을 사실상 상실했다. 지난해 6월 11일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대표로 선출되며 대한민국 정당사를 새로 쓴 지 14개월 만이다. 그 사이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지만, 이른바 '윤핵관'을 공격하며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청년 당대표 이준석이 지나온 '부침'의 파노라마를 결정적 장면들과 함께 돌아본다.
지난해 6월 당대표에 선출된 이 대표는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첫 출근했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자택을 나와 지하철을 이용해 여의도역에 도착한 뒤 따릉이로 갈아타고 국회 경내까지 이동했다. 기존 당대표들이 국회 본청 정면 현관 앞까지 승용차로 이동해 경위들의 경례를 받으며 출근하던 권위적인 모습과 달리, 본인이 직접 자전거 거치대에 따릉이를 세워둔 뒤 걸어서 출근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정당 대표로서의 권위를 포기하며 2030세대의 관심을 흡입하는 그의 본격적인 행보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통한 언론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다. 격식이나 절차를 따지는 정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길을 가다가도 도로변에 펼쳐진 간이 의자에 앉아 청년들과 즉흥적인 대화의 자리도 이어나갔다.
젊은층의 정치 참여, 당원 가입을 유도하려는 이 대표의 노력은 그뿐 만이 아니었다. 대표로 선출된지 한 달가량 된 지난해 7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 행사에서 이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온라인 입당 절차를 공개 진행하며 젊은층의 관심을 유도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한 당 대변인 선발 또한 흥행에 성공했다.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라는 제목을 걸고 후보자들끼리 생방송 토론 배틀을 펼치는 방식으로 공개면접을 한 것이다. 이벤트가 이어진 한 달여 간 나는 국대다는 여의도 정치권을 넘어 2030세대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이 30대 야당 대표의 신선한 아이디어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예상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전해진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선 후보와 30대 청년 대표가 존재감을 똑같이 나눠 갖기에 당 또는 지지층의 폭은 좁았다. 각종 화제를 일으키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 된 뒤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선대위 출범을 전후로 인적 구성을 두고 파열음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직설적인 언행이 나왔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 대표는 ‘당무거부’에 준하는 수준으로 반발하며 '나홀로 지방행'을 택한다. 당시 자신이 '윤핵관'으로 지목한 장제원 의원의 부산 지역사무소를 사전 연락도 없이 ‘시위 방문’하고, 수행비서가 찍은 사진을 SNS에 보란 듯 실시간으로 올리기도 했다.
윤핵관에 대한 이 같은 '경고' 행보를 두고, 야당 대표가 대정부·대여 공세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집안 단속은 못할 망정 당내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 대표가 당대표가 당연직으로 맡는 중앙선대위원장을 사퇴하기에 이르면서 당내 분란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누구보다 다급해진 것은 윤 후보였다. 그는 급히 울산으로 내려가 이 대표를 만나 다독이며 화합을 다짐했다. 이튿날 이 대표와 윤 후보는 부산 시내 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 빨간색 커플 후드티를 입고 등장한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갈등 해소를 상징하는 빨간 티셔츠를 바라보며 보수층의 지지가 폭발했다. 표면화하던 당내 갈등이 이날의 화해로 급반전되는 듯 했으나, 일시적 봉합이었던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이 채 안돼 전국 동시지방선거 공천권 및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진행 과정에서 이 대표의 몽니(?)가 재현된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이준석 사퇴 결의안’ 놓고 종일 토론을 벌였다. 결국 또 한 번 윤 후보가 ‘다 잊어 버리자’며 이 대표를 포옹하면서 두 번째 갈등 봉합이 이루어졌다. 심야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두 사람은 두 손을 맞잡아 올리며 화합을 다짐했다. 이날 의총 직후 이 대표는 조수석에 윤 후보를 태운 채 직접 전기차를 운전해 평택 순직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마침내 지난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윤 후보가 초 박빙의 표차로 승리한다. 30대 당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정권을 되찾은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 전인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두 차례의 승리를 거두는 사이 이 대표는 영광의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선거 직후 이른바 ‘성상납 의혹’이 제기되며 이 대표는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후 일부 최고위원들의 날선 반응이 나타나는가 하면 공개된 회의 석상에서 배현진 최고의원과 신경질적인 다툼을 벌이고 '어깨 스매싱'까지 당하는 모습이 전국적으로 중계되기까지 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8일 새벽 이 대표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전국위원회의 결정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의가 구성되며 징계에 의한 사실상 ‘대표직 상실’이라는 정당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나오자 이 대표는 불복 입장을 분명히 한 뒤 곧바로 지방으로 향했다. 지역을 순회하며 청년층과 대화를 하거나 각종 이슈에 대한 입장을 본인의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는 등 야인 행보를 이어 오던 이 대표는 지난 10일 법원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대한 효력정지 ’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으니 비대위 전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법적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그간 우호적이던 당내 인사들마저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4개월, 화려하게 등장해 거침없이 달려온 이 대표는 지금 고립무원 상태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윤리위 징계 이후 37일 간의 잠행을 마무리하고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할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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