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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어렵다고? 10년 보고 투자한 회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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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중국법인의 박태준 마케팅본부장은 2009년 8월 직원 2명과 중국 베이징에 갔다. 처음엔 출장이라 생각했는데 한 달, 두 달이 지나 13년이 됐다. 당시엔 말단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임원(상무)이다. 그의 13년은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박 상무는 "10년 넘게 계란으로 바위를 치니 어느 순간 진짜 바위가 깨지더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1995년 중국 옌지(延吉) 공장에 자금 투자를 하고, 2008년엔 현지 회사와 손잡고 상하이에 두부 사업을 시도했다. 모두 실패했다. 경영진 사이에선 "중국을 너무 쉽게 봤다"는 반성이 나왔다. 직원들을 현지로 보내 시장 조사부터 다시 하자고 했다. 박 상무는 풀무원 제품 200개를 들고 중국에 갔다. 현지 마트와 시장을 다니며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칼국수와 떡볶이, 짜장면, 파스타 등 중국에서 통할 만한 여섯 가지 제품을 뽑아 수입 판매를 시작했다.
'다른 회사도 다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기업들은 ①대리상을 통해 판매를 했다. 그리고 ②주로 현지 한국인을 고객으로 삼았다. 비용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직원 3명이 매일 현장에 가 몸으로 부딪혔다. 매대에 제품을 깐 후 시식 행사를 하고 유통업체 직원들과도 직접 만나 친분을 쌓아 갔다. 또한 일부러 한국인이 살지 않는 지역의 마트를 집중 공략했다. 풀무원식 현지화 전략의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다. 초기엔 적자율이 300%에 달했다.
그런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였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풀무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들이 매대에서 사라졌지만 풀무원은 예외였다. 박 본부장은 "중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했기 때문에 제품에 굳이 한국말을 넣지 않았는데 그 덕에 한국 회사 풀무원이 아니라 푸메이뚜어(풀무원의 중국명) 제품으로 인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 머물며 중국 유통사들과 오랜 기간 교류를 해 온 것도 결정적 순간 큰 도움이 됐다.
결국 풀무원은 중국진출 10년 만인 2020년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올해 4월에는 300억 원을 투자한 베이징 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주력 상품인 간편식 파스타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팔리고, 핫도그와 두부도 꾸준히 인기를 끌며 매출이 늘고 있다. 박 본부장은 "보통 해외 사업이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내려면 10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중국은 인구도 많고 가장 가까운 나라인 데다 한국 제품이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있어서 큰 준비 없이 진출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들 중국 사업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10년 넘게 투자하고 기다린 회사들이 얼마나 있었나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풀무원처럼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다. ①중장기적 전략을 갖고 진출을 결정했고 ②중국 현지의 정책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세웠다.
2006년 중국 시장에 뛰어든 치과용 의료기기 회사 오스템임플란트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유명 회사들이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데다 현지 영업망 구축과 치과의사 교육에 큰돈을 투자하느라 12년 동안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중국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중국 법인의 올해 매출액 목표치는 2,608억 원, 영업이익은 222억 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국민들의 소비 수준 향상과 고령화를 고려할 때 임플란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의 인삼 드링크 '원비디'는 가장 오랜 기간 성공 신화를 이어 온 사례로 꼽힌다. 1996년에 중국에 진출한 후 푸젠성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보다 더 강력한 충성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점은 푸젠성에 보양식으로 인삼 달인 물을 마시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점이다. 홍창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중국본부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최고의 기술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소비 트렌드에 올라타는 최적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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