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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펼쳐지는 자율주행 시대…"발 맞추는 기술·뒤처지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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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관련 기술 적용을 확대하면서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일부 업체들은 모든 차량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은 ADAS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테슬라는 자율주행에 근접한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 기능까지 상용화했다.
자율주행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에 따르면 2020년 71억 달러(약 7조2,600억 원)였던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 1조1,204억 달러(약 1,468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매년 평균 41%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 등 정보기술(IT) 기업이나 구글,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까지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자율주행차의 수준(레벨)을 구분 짓는 가장 큰 기준은 '운전 주체'에 달려 있다. 운전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는지 또는 얼마나 시스템·인공지능(AI)에 넘겨주는지에 따라 레벨이 달라진다. 글로벌 표준처럼 적용되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J3016' 개정안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운전 자동화 수준에 따라 레벨0부터 5까지 6단계로 나눠진다. 레벨0~2는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게 있는 '운전자 지원' 단계이다.
레벨3부터는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옮겨 간다. 레벨3은 시스템이 주변 인식과 차량 제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정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상에서만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고도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레벨4는 비상 상황을 빼곤 시스템이 운전을 이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와 완성차 업체들이 2027~2030년 내에 달성을 목표로 하는 수준이다. 레벨5는 '완전자율주행'으로,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한다. 과거 미국 TV 시리즈 '전격Z작전'이나 만화영화에 나오는 이상적인 자율주행차가 이 레벨이다.
테슬라의 자랑인 '오토파일럿',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현대차그룹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등 현재 양산 차량에 쓰인 최고 기술 수준은 '레벨2'에 불과하다.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실질적인 자율주행인 레벨3 달성을 위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벤츠는 올해 독일에서 신형 'S클래스'와 'EQS'의 레벨3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BMW 역시 신형 '7시리즈', 'i7'에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넣는다. 제네시스도 레벨3 '고속도로자율주행(HDP)'을 연내 신형 'G90'에 적용한다. 아우디, 혼다, 캐딜락 등 일부 브랜드는 잇달아 '세계 최초 레벨3'를 주장하며 기술을 선보였지만, 실제 도로에서 쓰이고 있지 않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운행해야 한다. 사람이 신경세포(뉴런)로부터 감각을 느끼듯, 자동차도 기본적으로 탑재된 센서들이 주변 환경 요소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달리기 위해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가 중요하다. 대표적으로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가 꼽힌다.
우선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는 작동 방식이 실제 사람의 눈과 비슷하다. 라이다는 초당 수십 번의 레이저(빛)를 주변 사물들과 주고받으면서, 정밀하게 거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라이다는 빛을 이용하는 만큼 날씨가 나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광기술원'에서 개발 중인 '주파수변조연속파(FMCW) 4D 라이다' 기술이다. FMCW 4D 라이다는 빛과 주파수를 동시에 활용, 눈·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주행 환경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위험 상황도 식별할 수 있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발사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기반으로 주변 사물과 거리,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추출하는 센서다. 또 날씨, 시간과 관계없이 제 성능을 발휘한다. 주파수에 따라 단거리부터 중거리, 장거리를 모두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도 긴급자동제동장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사물의 형상을 파악하기 어려워 다른 센서와 융합이 필요하다. 최근 이를 보완한 '4D 레이더'도 활발히 개발 중이다.
현재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센서는 '카메라'다. 카메라는 사람과 사물, 차량 등으로 분류하면서 주변 물체 식별에 사용된다. 카메라 센서 기반 자율주행으로 유명한 곳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이스라엘 카메라 알고리즘 업체 '모빌아이'다. 과거엔 앞차와의 거리나 도달시간 정도만 파악하던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광학 기술이 높아지면서 ①입체적인 구조물 ②장거리 상황 파악 등이 가능해졌다.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어두운 공간이나 악천후에서 확실한 사물 식별이 어렵고 한계가 뚜렷하다.
자동차 업계는 이런 기술력을 실제 주행에 완벽히 녹여내기 위해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센서 퓨전'은 각 센서에서 인식된 정보를 하나로 결합,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각 기술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것이다. 또 더욱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통신망을 활용한 '차량과 모든 것의 통신(V2X)' 기술도 함께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기술 발전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안전한 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 제도 등을 갖춰야 한다. 우리 정부는 2027년까지 사람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임시운행 면허 발급만 해줄 뿐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레벨3 차량이 실제 주행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구축했다. 미국은 2016년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FAP)을 발표하고 자율주행 단계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각 주(州)정부 법에 따라 레벨3 이상 차량의 주행을 허용한다. 독일은 지난해 레벨4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 올해 상시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 대량생산 실현 △레벨4 자율주행차 선택적 상업화 등을 추진한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고 기술 개발에 정진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차 개발과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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