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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갈리는데...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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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언했다. 이는 역대 일곱 번째 PHEIC 선언이다.
WHO는 2005년 제정된 국제보건규칙(IHR)에 의거해 PHEIC를 선언할 수 있다. IHR는 PHEIC를 '질병의 국제적 확산으로 인해 여러 국가에 걸친 공중보건 위협이 발생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조정된 대응이 필요한 사태'로 정의하고 있다.
WHO가 PHEIC를 선언하는 조건은 3가지로 정리돼 있다. ①심각하고 갑작스럽고 이례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 ②영향받은 국가의 국경을 넘어선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친 경우 ③즉각 초국가 대응이 필요한 경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원숭이두창의 발병이 IHR 규정에 따라 PHEIC을 선언하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PHEIC 선언 여부를 심사하는 전문가 긴급위원회가 찬성 6 대 반대 9로 의견이 엇갈리자 전격 개입해 PHEIC 선언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PHEIC 선언을 서두른 것은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PHEIC 선언을 하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일곱 번째 PHEIC 선언의 대상이 된 원숭이두창은 원래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고 국제적으로 확산된 사례는 거의 없었으나, 현재는 최소 전 세계 75개국에서 1만6,000여 명이 감염된 상태로 알려졌다.
PHEIC가 선언되면 WHO는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지원, 국제적 보건조치를 강력하게 수행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PHEIC는 각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자 행동을 촉구하는 'WHO 최후의 수단'으로 통한다.
WHO의 PHEIC 선언은 2005년 이후로 총 여섯 차례 있었다. ①국내에선 '신종플루'로 불린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가 2009년 대규모 유행했을 때 PHEIC 선언을 했다. 당시는 멕시코와 미국 등 3개국에서만 발병된 상태에서 PHEIC 선언을 했기 때문에, 훗날 코로나19 때와는 정반대로 WHO가 지나치게 서둘러 공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WHO에서 확인한 사망자만 1만8,000여 명일 뿐 전 세계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5월에는 ②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지의 백신 공급 차질로 급격히 확산할 때 WHO가 PHEIC를 선언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는 백신 접종이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때의 PHEIC 선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같은 해 8월에는 ③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지에서 번진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럽으로 넘어가자 WHO가 PHEIC 선언을 한 바 있다. WHO가 2016년 3월 PHEIC 선언을 종료한 후에도 산발적인 감염이 지속돼 총 1만1,000여 명이 사망했다.
2016년 2월에는 ④남미에서 유행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WHO가 PHEIC 선언을 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브라질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는 2015년 5월 대량 발생 보고 당시 피부 발진만이 증상으로 알려졌다가, 그해 말부터 신생아의 소두증과 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PHEIC 선언 대상이 됐다. 해당 선언은 그해 11월에 해제됐다.
2018년 ⑤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대규모 유행했을 때도 WHO는 PHEIC 선언에 신중했다. 당시 긴급위원회에 참여한 WHO 전문가 패널이 만장일치로 PHEIC 조건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과 영국 등은 PHEIC 선언을 요구했다. 이웃 나라 우간다와 콩고 북부의 유동인구가 많은 국제도시 고마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2019년 7월에 WHO는 비로소 PHEIC 선언을 하면서 국제 여행 제한은 없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 선언은 2020년 6월까지 지속됐다.
2020년 1월에 WHO는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⑥코로나19에 대해 PHEIC 선언을 했다. 이 당시에도 현재 원숭이두창 PHEIC 선언 논의 때처럼 전문가 패널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는 전례 없이 확산성이 높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드러났고, PHEIC 상태는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상의 바이러스와 달리 2015년 우리나라에서 번졌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WHO의 PHEIC 선언이 없었던 사례다. 이는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병원 등 진료 환경에서의 감염이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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