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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밑천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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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모임에 끼었고, 다른 작가들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책을 내는 걸로 먹고산다는 사실에 대단히 흥분해 있었는데(사실 그건 딱히 기쁜 일이 아니지만),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첫 작품이 잘된 걸로 너무 우쭐해하지 마라. 이제 밑천이 다 떨어져서 다음 작품부터는 아주 비참하게 망할지도 모른다." 사실상 내가 망할 거라고 저주를 퍼부은 셈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거의 바로 그 사람과 연락을 끊었다. 그 때문에 그냥 부정적인 감정을 나한테 쏟아붓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진심에 기반해서 이상한 조언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 저주는 내 마음속에 콕 박혔다. 나는 과거의 자신한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예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제 이 일을 한 지 4년 차가 되었다. 다행히 그 저주는 실현되지 않은 듯했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책도 1년에 한 권 이상을 냈다. 종종 강연도 했다. 처음에는 '아니, 대체 왜 내가 하는 말을 돈을 내고 듣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할까 싶었다. 출판계에서 지금까지 봐온 금액과는 상당히 다른 금액이 적혀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강연할 때마다 나는 처음 냈던 소설집의 작가로 소개되는 경우가 잦았다. 억울했다. 지금 것이 훨씬 더 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나는 과거에 썼던 책을 다시 한번 읽었다. 그리고 놀랐다.
처음 쓴 소설은 약간은 투박하지만 산뜻하고 과감했다. 내가 소설을 쓰기 전까지 익히고 배웠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 읽었던 이야기들이 나름대로 소화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읽어 보았다. 많이 쓰는 동안 기교는 꽤 늘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다만 이전에 썼던 이야기를 끝없이 변주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글을 쓰는데 급급해서, 이제 4년도 채 안 됐는데, 내 밑천을 열정적으로 소모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예전처럼, 학생일 때처럼 읽거나 배우지 않았다. 연료통에 있는 연료를 까먹으면서 달릴 생각만 하고 새로운 연료를 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입 없이 어떻게 좋은 산출물을 낼까? 정말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화려하게 나타났지만, 그 콘텐츠에 고여 있다가 조용히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학교를 다니고 공부할 때는 세상이 내게 그 밑천을 꽤 밀어넣어줬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내가 적극적으로 잃어버린 밑천을 찾아 여정을 떠나야 할 것을 안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경험해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회초년생에서 슬슬 벗어나기 시작한 또래들 중에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또래들과 같은 고통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상하게도 위안이 된다. 이번 해가 지나면 이제 나도 30대에 진입한다. 30대에는 2019년에 들었던 저주가 나를 따라잡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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