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윤핵관’ 중심의 尹 통치방식
측근에 모든 것 내맡기기엔 국정 중대
대통령, 경제위기 등 국정 ‘원톱’ 돼야
많이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사직하고 변호사로 옮긴 적이 있다. 어느 날 업무차 검찰청사를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검사들이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는 ‘현타’가 와 복직했다고 전한다. 짜장면 냄새로 은유되는 윤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인식은 ‘정의로운 집단’일 게다. 그중 특수부 검사들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해치는 거악(巨惡)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다.
수십 년 검사의 눈에 투영된 한국 사회는 불의와 불공정이 판치는 구조다. 정치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처진 것도, 경제가 제자리걸음인 것도 정의와 공정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 막힌 혈로를 검사들이 나서 깨끗하게 하면 나라가 한 단계 발전하지 않을까. 사심 없고 공적 의무감이 몸에 밴 검찰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검찰을 통치의 전면에 내세운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반드시 결말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확인된 바다. 대의에 헌신한 운동권 출신들에게 공직을 맡기면 사회가 투명해지고 부패가 사라질 거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검찰 출신 측근들은 이와 다를까. 권력에서 뿜어 나오는 단맛에 취하지 않고 공정의 가치를 올바로 세울 수 있을까. 순혈주의가 가득한 자신들끼리 특권은 나누고 반칙은 서로 눈감아주는 건 아닐까.
윤 대통령의 측근통치는 집권 여당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수부 검사의 시각에서 보면 정치는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는 영역이다. 괜히 참견했다 동티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윤핵관’ 몇 명에게 당을 맡겨 놓고 알아서 평정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금은 하나인 윤핵관이지만 당권이라는 권력을 앞두고는 벌써 분화 조짐이 엿보인다. ‘민들레’ 모임을 둘러싼 윤핵관 2인방 간의 갈등은 분열의 전주곡으로 비쳤다. 박근혜 정권 때 친박 세력 간의 충성도 싸움은 결국 당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친윤’ 세력도 머지않아 ‘원윤(원조 윤핵관)’이니 ‘진윤(진짜 윤핵관)’이니 하는 때가 올지 모른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부터 후배 잘 챙기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번 마음에 두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측근들만 믿고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국정은 너무나 중대하다. ‘좌동훈, 우상민’에겐 사정기관을, 윤핵관에게는 여당을 맡기는 위임통치는 위험해 보인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배제한 인사와 개혁이 제대로 될 것이며, 초유의 당 대표 축출 사태가 그리 간단한 일일까. 집권 여당의 사분오열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논란을 일으켰던 ‘전두환 발언’은 전문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정치를 말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기재부 출신을 대거 요직에 배치해 자신이 잘 모르는 경제를 맡긴 것은 어떻게 보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은 초대형 복합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미증유의 시기다. 이런 국면에 경제위기 극복 방안 질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대통령의 답변은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지도자로서 적절하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 게 독단적, 일방적 태도였다. 일방적 소통은 능숙하지만 쌍방향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지도부도 찾아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도 실무는 관료에게 맡기더라도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도어스테핑에서 전면에 나서듯이 윤 대통령이 국정의 ‘원톱’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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