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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저 평산마을, 욕설·고성에 몸살... "유튜버 돈벌이 쇼" 비판

입력
2022.06.07 16:55
수정
2022.06.07 23: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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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내걸고 확성기로 특정 노래 하루 종일 틀어
각양각색 시위자 북새통… 말리는 행인과 싸움도
유튜버, 갈등·혐오 해설 곁들여 현장 실시간 중계
집회 가장 돈벌이 지적, "유튜브가 해법 마련해야"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앞 펜스에 보수성향 유튜버가 걸어 놓은 수갑 수십 개 뒤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보인다. 양산=박은경 기자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앞 펜스에 보수성향 유튜버가 걸어 놓은 수갑 수십 개 뒤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보인다. 양산=박은경 기자


"문재인은 똑똑히 봐라! 감옥 갈 때 네가 차고 갈 수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이 일부 과격 유튜버들의 '돈벌이' 장소로 전락했다. 시위를 빙자해 확성기를 동원한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면서 평온하던 마을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주민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당국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6일 오후 5시쯤 평산마을을 찾았다. 제법 세찬 빗줄기 속에서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은 각양각색의 시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드레일 위로 쳐놓은 철제 울타리엔 수갑 수십여 개가 내걸렸고, 우산을 받쳐 든 60대 여성은 사저를 향해 목이 터져라 “기어 나와 수갑을 보라”고 외쳤다.

확성기를 단 차량에선 6·25기념일 노래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차량 주인은 깡통을 단 현수막을 몸에 두른 채 도로를 오갔다. 깡통이 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는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한쪽에선 50대 남성이 사저로 통하는 진입로를 막고 있는 경찰을 상대로 “세금이 아깝다”며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그만 좀 하라”는 행인과 시위대 사이에 말싸움도 이따금씩 벌어졌다.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도로 양쪽에 걸린 집회 관련 현수막을 쳐다보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도로 양쪽에 걸린 집회 관련 현수막을 쳐다보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셀카봉’을 든 유튜버 네댓 명은 마을 구석구석을 오가며 현장을 실시간 중계했다.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서도 카메라를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찍거나', '찍히거나'. 그곳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뿐인 듯했다.

한 마을 주민은 “주말마다 10팀이 넘는 유튜버들이 진을 치고 있는 통에 집 앞에 나서기도 어렵다”며 “유튜버들이 많으면 시위하는 사람들도 더 격한 행동을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들과 연휴를 맞아 부산에서 왔다는 김수정(42)씨는 “아이들이 배울까 겁난다”며 “합법적인 시위라기보다 유튜브용 쇼같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주민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산=박은경 기자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주민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산=박은경 기자


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한 아이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합성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한 아이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합성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유튜버들이 집회나 시위를 현장 중계하는 건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해설을 곁들여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수단체 집회를 가장한 돈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방송 중인 유튜버들 가운데는 채널을 개설한 지 7~8년이 넘었지만 수입의 절반 이상이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했거나,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한 5월 10일을 기점으로 구독자가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육두문자가 오가는 현장을 송출하며 화면 하단에 대놓고 계좌를 명시하는 등 후원을 유도했다. 얼마 전 계정이 폐쇄됐다는 한 유튜버는 “구독자가 1만 명이 넘었는데 약관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며 “이후 평산마을에 내려와서 재기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 달째 24시간 상주하며 시위 중인 최영일(65)씨는 “활동하는 사람들도 밑천은 있어야 하지 않냐”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지지하는 의미에서 하는 후원이고,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고소한 4인 중 한 명인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된 자신을 알아보고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며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한 달째 24시간 상주하며 시위 중인 최영일(가운데)씨가 깡통을 매단 현수막을 몸에 두른 채 걸어가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한 달째 24시간 상주하며 시위 중인 최영일(가운데)씨가 깡통을 매단 현수막을 몸에 두른 채 걸어가고 있다. 양산=박은경 기자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유튜브 슈퍼챗(Super chat. 아프리카TV 별풍선과 유사한 기능으로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해 유튜버를 직접 후원하는 것) 수익 상위 채널 10개 가운데 6개가 정치·시사 평론 관련 유튜브다. 1위를 차지한 채널은 한 달 사이 슈퍼챗으로만 4,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최근 한 달 동안의 키워드에 ‘평산마을’이 포함된 28개 라이브 방송에서도 500여만 원이 오갔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 현장을 중계하고 있는 한 보수단체 소속 유튜버의 휴대전화 화면. 양산=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 현장을 중계하고 있는 한 보수단체 소속 유튜버의 휴대전화 화면. 양산=박은경 기자

이에 대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유튜브 관계자를 만나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국민 모두에게 보장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빙자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면서 “시위꾼들의 반사회적 범죄가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꼬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사회적 제도 차원에서 미개척 영역이자 사각지대”라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미디어 사업자의 개념을 영향력으로 본다면 유튜버도 포함되겠지만 영향력의 기준을 또 어디에 둘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제도화 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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