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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등록비 안 받을테니..." 입시업체, 교수 학부모에 '은밀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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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 A씨는 최근 고등학생 자녀의 해외 진학 준비를 위해 서울 강남구 입시컨설팅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이 마무리될 무렵 A씨 직업이 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학원은 불쑥 제안을 해왔다. 학생들의 논문 저자 등재 등을 도와주면 자녀 등록비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학원 프로그램이 자녀 진로와 맞지 않는다고 여기던 터에 꺼림칙한 제안까지 받게 되자 등록을 포기했다. A씨는 "이후에도 학원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입시 스펙 쌓기가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8년 학생종합기록부에 논문 실적 기재를 금지하면서 대입 과정에서 논문 활동의 효용성이 감소했지만, 입시컨설팅 업계에선 '교수 학부모'를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업체들이 외국 대학이라면 입학 과정에 논문 실적이 통할 거라는 입장인 데다가, 논문이 아니더라도 교수라면 다른 대외 활동 프로그램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교육부에 등록된 입시전문 컨설팅 업체는 전국 215곳이다. 이들 업체는 학습 지도를 비롯해 등록 학생들의 학년과 연령에 따라 맞춤형 중장기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비용은 등록 기간과 과정에 따라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일부 업체는 교수를 부모로 둔 자녀에게는 등록비를 받지 않거나 대폭 할인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학부모가 논문 활동에 대해 먼저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교수 부모는 다른 경로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컨설팅 업체의 주요 관리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학생 자녀의 논문 작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미성년 학생들의 논문 활동 실태를 매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11일 교육당국이 매년 미성년자의 학술 활동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학술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실태조사에 법적 권한을 부여해 '아빠 찬스' 등을 통해 중고생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논문에 대한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부모 등의 인맥 등을 활용한 자녀 스펙 쌓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교육부 차원에서도, 비록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비판은 있지만,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법안이 기존 제도를 넘어서는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으려면 많은 논의와 숙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2007~2018년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연구물 1,033건을 조사한 결과 27개 대학, 96건에서 미성년자가 부당 저자로 등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교수 3명이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학생 5명이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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