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둔다"…아카데미 빛낸 시상자 윤여정의 품격

배우 윤여정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서면서 영예를 이어갔다. 지난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의 쾌거를 안았던 윤여정이 2년 연속 참석했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깊다.

28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이날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할리우드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 제가 할리우드 사람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제게 '네가 심는 대로 거둔다'고 말해주셨다. 제가 엄마 말을 잘 들었다"면서 특유의 유쾌한 언변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작년 (시상식에서)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 안 되는 것에 대해 한 소리를 했었는데 죄송하다. 제가 이번에 후보자님들의 이름을 보니까 참 발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제가 미리 발음 실수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면서 좌중의 박수를 자아냈다.

지난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후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많은 분들이 저를 '여' 혹은 '정'이라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윤여정의 어록이 또 한 번 팬들을 만났다.

이후 윤여정은 수어로 트로이 코처의 이름을 호명한 후 감격스러운 마음을 비추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윤여정은 수어로 수상 소감을 밝혀야 하는 트로이 코처를 위해 옆에서 트로피를 들어주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보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뭉클한 감정을 선사했다.

특히 윤여정은 블랙 롱 드레스 가슴 부근에 '파란 리본'을 달아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남우조연상의 영예는 '코다'의 트로이 코처에게 돌아갔다.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최초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농인 배우이자 남성으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앞서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 배우 조합상 등에서 수상을 거머쥔 바 있다.

한국, 작품 없이도 빛낸 존재감

'드라이브 마이 카'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이날 시상식에는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가 '드라이브 마이 카' 출연배우 자격으로 참석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국제 장편 영화상 주인공으로 호명된 순간 배우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기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소냐 위엔 안휘태 등이 출연했다.

한편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