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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픽] 압구정 59억 신고가...尹 당선 후 재건축 시장 눈치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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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대통령 선거 3일 후인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한강변 117동 전용 155㎡(약 51평)는 59억 원에 매매약정서가 작성됐다. 종전 거래가인 지난해 4월 55억 원과 비교하면 4억 원 오른 신고가다. 사실 이곳은 1,924가구 대단지지만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거래가 뚝 끊긴 상태였다. 실거주를 해야 하는 데다 대출도 막히자 선뜻 사겠다는 이를 찾기 힘들었다. 1년 가까이 신고된 거래는 단 2건에 그쳤다. 나온 지 오래된 매물도 팔리지 않던 상황에서 대선 후 첫 주말에 계약이 성사되자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영향이란 해석도 나왔다. 압구정동 G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줄곧 망설이던 매수자가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대선 이후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아직 규제가 풀린 건 없어 잠잠한 상태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정비 사업 규제 완화와 세 부담 경감을 내건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에 ‘재건축 황금기’ ‘재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고 여소야대 국면으로 불확실성도 크다. 더구나 정비 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예기치 못한 변수도 많다. 여전히 관망세가 지배적인 이유다. 과도한 규제와 징벌적 세제를 '정상화'할 필요는 있지만 다시 집값을 자극해선 안 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기방지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집주인 "속도 빨라질 것, 나중에 팔겠다"
일단 대선 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호가 상승과 문의 증가로 요약된다. 선거 전 32억 원이 최고였던 서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호가는 최근 32억5,000만 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목동 7단지 66㎡도 20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0.01% 하락에서 보합(0.00%)으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87.5로, 전주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이는 앞으로 재건축 재개발 시세가 오를 것으로 보는 집주인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그동안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50%)을 하향 조정하면 정밀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셨던 단지도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법 개정도 필요 없어 국토부 시행령만 바꾸면 된다. 더구나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아예 안전진단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얘기까지 했다. 준공 30년이 임박한 단지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커뮤니티에선 환영 분위기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의 경우엔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상향 조정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사업성이 부족했던 단지들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사실상 재건축 사업을 하지 말라는 대못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진위 승인과 입주 시 공시가격을 비교해 과세할 경우 수억 원까지도 부담해야 한다. 이를 감수하고 재건축을 할 아파트 단지는 드물었다.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건축 추진 단지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런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5년간 총 47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매수자 "집값 고점, 초급매 없나요?"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사무소엔 매수 문의 전화와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압구정동 A부동산 관계자는 “선거 전엔 하루 4, 5통에 불과했던 문의가 선거 후 10통 안팎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7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잠실주공5단지 앞 C중개사무소 관계자도 “35층 룰이 폐지된 데 이어 윤 당선인까지 승리하자 시세를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감뿐이다. 여전히 관망세가 주류이고, 실제 거래는 거의 없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C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 호가를 올린 경우도 있지만 이 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의 급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대출도 안 돼 큰 움직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매도 호가가 올라가는 것만으론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사실 집주인들조차 집값이 고점이고 더 오르는 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의 시대? 거래절벽 여전
재건축 대장으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전체적으로는 조용하다. 나윤주 야베스부동산 대표는 “매수 문의 전화가 다소 늘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수십억 원을 한꺼번에 지불할 수 있는 부자라고 해도 40년 넘은 낡은 아파트에 들어와 실거주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S중개사무소 대표는 “기존 집을 팔거나 세를 준 뒤 이곳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종전 주택이 안 팔려 발목 잡힌 이들이 적지 않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뒤 집을 보러 오는 이들도 줄었다”며 “서로 얽혀 있는 각종 규제들이 풀리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의 경우 매매가는 보합세이지만 전세가는 고점 대비 2억 원 이상 하락한 상태다.
분당 일산 1기 신도시도 관망세
1기 신도시도 비슷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H부동산 관계자는 “대선 후 집주인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집을 사려는 쪽에선 경기가 안 좋고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현동 I부동산 관계자도 “사려는 쪽에선 급매물만 찾는다”며 “취득세가 인하되면 그때 사겠다는 경우도 있어 거래가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공약이 언제 현실화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매수자 입장에선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의석 수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172석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공약이 지연되거나 흐지부지될 수 있다. 대출 규제가 풀릴 수 있지만 서민 경제는 어렵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불확실성 큰 재건축 재개발
더구나 재건축은 조합원 간 이해가 엇갈려 사업 진척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서로 소송전을 벌일 경우 하세월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총 1만2,032가구가 건설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는 추진위 설립이 2003년이다. 2009년 조립 설립에 이어 시공사 선정-관리처분 인가-이주-착공까진 또 10년이 걸렸다. 현재 건물이 올라가곤 있지만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에 올해 일반 분양과 내년 입주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입주까진 2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재개발은 리스크가 더 크다. 주로 노후 불량 건축물이 많고 길이 좁아 소방차도 들어갈 수 없는 저층 주거지역에서 추진되는 재개발은 지자체의 구역 지정부터 난관이다. 토지 소유자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데 이 과정도 쉽지 않다. 재건축보다 현금청산 비율이 높아 반대도 심하다. 이러한 과정이 길어지며 신축 다가구 빌라가 여기저기 들어서면 노후도가 깨지고 사업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매수자는 아파트를 받을 수도 없어 주의해야 한다.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곳에 들어가는 게 안전하나 이 정도까지 진척된 곳은 투자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재개발 대장인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은 실투자금이 최소 15억 원 이상이다. 서울에선 투자금이 가장 낮은 곳도 4억 원 안팎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불쏘시개 될 수도
그럼에도 재건축 재개발 시장은 언제든 과열될 수 있는 폭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 등 선제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나 땅을 사고팔 때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기준일을 안전진단 통과(재건축)나 정비구역 지정(재개발) 시점으로 앞당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김 소장은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구체적인 지역 개발 공약들을 쏟아낼 경우 재건축 재개발 시장은 뜨거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의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시장이 들썩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투기 방지책도 절실하다”며 “대장동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건 막겠다는 신호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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