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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또 완화, 길 잃은 코로나 방역 정책

입력
2022.03.19 04:30
23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발표된 18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변경된 사회적 거리두기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발표된 18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변경된 사회적 거리두기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21일부터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계획을 18일 발표했다. 현행 오후 11시인 식당ㆍ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날 60만 명대 확진자가 발생하자 부분 완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업 고통을 덜고 국민들의 일상 속 불편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살라미식 거리 두기 완화 조치’ 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이미 800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허탈감이 퍼져 있다.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이들이 속출하는 등 방역지침도 무력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조치에 대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일종의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재택치료자는 ‘셀프치료’ 상황에 놓이고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과 해열제가 동나는 등 방역체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방역정책이 방역 강화와 일상회복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문제다.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수의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 엄수를 강조하는 등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 전환 실패 이후 줄곧 강한 방역 기조를 유지하더니, 대선 직전 오미크론 확진자가 수만 명대로 급증한 시점에 완화 메시지를 낸 게 좋은 예다. 여기에 정점 시기와 규모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확진자가 폭증하는데도 당국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등 사태를 방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방역당국이 할 일은 피해 최소화다. 위중증화를 최대한 억제해 사망자 숫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현장에서는 치료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들어온 팍스로이드 16만3,000명분 중 실제 처방된 분량은 3분의 1 정도다. 치료제 복용 기준을 완화하고 추가로 치료제를 확보해 희생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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