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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비호감·초박빙...'깜깜이' 대선 가른 7개의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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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출구조사 결과만큼이나 제20대 대선은 선거기간 내내 여러모로 '깜깜이'였다. 비전과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네거티브와 갈라치기 정치만 횡행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을 얻을 만큼 혼탁한 대선이었다. 판세도 오리무중이었다. 양강 대선 후보 지지율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이어가며 역대급 초박빙 승부를 펼쳤다. 롤러코스터 타듯 숨 가쁘게 출렁였던 3·9 대선 레이스의 변곡점을 일곱 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정리해봤다.
네거티브의 시작과 끝엔 대장동이 있었다. 대장동 의혹은 경기 성남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 이익금 상당액이 '화천대유' 등 특정 민간 업체에 돌아가면서 불거진 특혜 논란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점을 겨냥해 "이재명 게이트"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사업 실무 담당자가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도 '이재명 책임론'을 키웠다. 대장동 의혹은 대선 레이스 내내 이 후보를 따라다녔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혔지만,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대장동 수렁은 깊었고,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 후보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후보 선출 직후 열린 이른바 '대장동 국감'에 나와 야권의 공세를 맞받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게이트"라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봐주기 수사로 대장동 대출 비리를 덮었다는 의혹 등을 역공의 재료로 삼았다. 여야는 대선 막판까지 각자에게 유리한 대목만 강조된 녹취록을 꺼내들어 상대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며 열을 올렸다.
의회·행정 경험이 없는 '정치신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입길에 오르며 위기를 자초했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파문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두고 대선주자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거셌다. 더 큰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윤 후보는 무성한 비판에도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겠다"는 뜻이었다며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유감 표명은 발언 이틀 후에야 나왔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이 올라오면서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윤 후보의 문제성 언행이 거듭될 때마다 지지율은 흔들렸다.
국민의힘 내홍 사태도 갈 길 바쁜 윤 후보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지난해 11월 5일 후보 선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제1야당은 집안싸움에만 골몰했다. 선대위 운영을 둘러싸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세력과 이준석 대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간의 권력다툼이 원인이었지만, 윤 후보의 허약한 리더십도 근본적 문제로 꼽혔다. 컨벤션 효과로 치솟았던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취해 오만해진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온 것도 이즈음이었다. 파국으로 치달은 위기에 윤 후보의 선택은 홀로서기였다. '김종인 없는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사퇴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 대표를 먼저 끌어안으며 '원팀'을 선언했다. '정치인 윤석열'의 첫 시험대였고, 윤 후보는 이후 다시 지지율 상승세를 탔다.
후보만큼 후보 배우자가 주목받았던 이례적 대선이었다. 양강 대선 후보 공히 배우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먼저 논란이 불거진 건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였다. 김씨가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 지원서에 경력과 수상기록을 부풀려 기재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다. 김씨는 처음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이른바 '7시간 통화'로 불거진 무속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여러 의혹이 남아 있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갑질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김씨의 약 심부름 등 사적 업무를 지원했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와 초밥을 구입해 배달했다는 경기도 공무원의 폭로가 나오면서다. 김씨도 "공과 사의 구분이 분명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알맹이 없는 사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두 사람은 공식선거운동 내내 등판하지 못했다.
TV토론도 판세를 가르는 주요 변수였다. 시청률이 39%(지상파 3사 주최, 첫 TV토론)에 달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해보겠다는 유권자들의 열망과 달리 일부 후보들은 TV토론을 네거티브 무대로 활용했다. 마지막 TV토론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대통령에 당선돼도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질 거냐"(이재명), "대선이 반장선거입니까. 이거보세요"(윤석열)라며 서로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진흙탕 싸움에서 눈에 띈 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1분 마무리 발언이었다. 자신을 뽑아달라 지지를 호소하는 대신,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예산 확보,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과 관련한 특검을 촉구하며 큰 울림을 줬다.
대선을 엿새 앞둔 3일 새벽 전격 성사된 야권 단일화는 막판 대선 레이스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단일화는 결렬됐다"며 손사래 쳤던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가 본인의 말을 뒤집고 윤석열 후보와 전격 손을 잡은 명분은 "더 좋은 정권교체"였다. 전날 밤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지지를 호소하던 안 대표는 단일화 발표 직후 후보직에서 곧장 물러났다. 이로써 대선은 이 후보, 윤 후보, 심 후보 3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단일화 파괴력을 두고 여야의 해석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막판 이슈 주도권을 잡았다고 고무된 반면 민주당은 단일화 역풍에 기대를 걸었다. 안 대표가 다당제 등 새 정치 소신을 버리고 또 철수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을 부각시키면서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도 요동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4, 5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36.93%)을 기록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격리자 대상 사전투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관리 부실로 대혼란에 빠졌다. 유권자들이 크게 분노한 건 직접 투표 원칙이 흔들렸다는 데 있다. 사전투표에 나선 확진·격리자는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는데, 공직선거법 규정상 이들을 위한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임시 보관함으로 비닐봉지, 플라스틱 바구니 등이 무작위로 동원되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선관위는 본투표에선 확진·격리자들도 일반 기표소에서 똑같이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여야 공히 부정선거 의혹에는 선을 그었지만, 자칫 대선 불복 논란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한 선거관리의 의무를 저버린 선관위가 자초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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