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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은 윤석열 "문 대통령처럼 나도 성역 없는 사정"

입력
2022.02.10 21:30
수정
2022.02.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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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 대통령께서..." 화해 제스처도 냈지만
"비리와 부패, 법에 따라" 정권 수사 입장 재확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수사를 한다"는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공개적으로 대로했음에도, 윤 후보는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치받지도 않았다.

윤 후보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변하면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란 표현을 두 번 썼다. 이어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이란 단어는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보복 수사가 없다"고 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르게 해석됐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은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 왔고, 저 역시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고 했다. 또 "검찰 재직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가 없다"며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과 저의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후보의 '검사 DNA'에 따른 원론적 발언일 수도 있지만, 여권은 '보복 위협'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를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성역이냐"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선 보다 명확히 선을 그었다.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역 없는 사정에 대해 문 대통령과 저의 생각이 같다고 이미 말씀드렸다"며 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발언도 일절 하지 않았다. "현 정권의 대표적 적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오늘은 좀 그 이야기에 대해..."라며 말을 흐렸다.

'악역'은 국민의힘이 맡았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윤 후보 비판을 "선거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역공을 폈다. '정치 보복' 프레임의 역풍을 걱정해 되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친문재인계의 결집을 차단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이준석 당대표는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에 급발진하면서 야당 대선후보를 흠집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문재인 정부의 적폐는 청소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적해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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