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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잠적한 이준석, 곧바로 안 붙잡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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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집안싸움으로 또 시끄럽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향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던 이준석 대표가 30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항의성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이 대표를 감싸거나 붙잡지 않았다. 오히려 “후보로서 할 일을 할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이준석 패싱’ 논란에 거리를 뒀다.
선대위 구성이 촉발한 신경전은 대선은 물론 향후 당권,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난마처럼 얽힌 고차방정식이다. ‘보수 1인자’ 자리를 두고 양측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 언론사 주최 포럼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갑자기 접었다. 휴대폰 전원을 꺼 당 관계자들과의 접촉마저 모두 차단했다. 두 시간 뒤 대표 비서실은 “금일 이후 당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직접적 잠적 배경은 윤 후보의 이준석 패싱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선대위에 본인이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합류한 것과, 선대위 일정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불쾌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전날 밤에는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_^p’라고 적힌 이모티콘을 남겨 숱한 억측을 낳았다. 이모티콘의 소문자 p는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든 모양으로 야유를 의미해 윤 후보 측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급기야 이 대표가 직을 내려놓을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대표가 사라진, 초유의 사태에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지만 윤 후보는 딱히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청주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대위 잡음과 이준석 패싱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후보로서 해야 될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이 대표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 대표와 오늘 연락을 했느냐’는 물음에도 윤 후보는 “일정이 바빴다.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이유를 파악해보고 만나보라고 얘기했다”고만 했다. 후보가 직접 당대표를 달래는, 의례적인 ‘정치적 수사’도 없었다.
윤 후보의 측근 권 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 대표 당협 사무실을 찾았으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연히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가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이 대표 주변에선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시간 뒤 이 대표 측은 “대표는 윤 후보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취재진에게 알렸다.
사실 이 대표의 잠적이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두 사람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시작은 7월 말 이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윤 후보가 갑작스레 입당을 발표한 ‘기습 입당’ 사건이었고, 그의 잠적으로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선대위에 국한하면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올드보이’ 선대위 방향성에 항의하고, 윤 후보는 자신이 구상한 ‘용광로 선대위’에 힘을 주면서 충돌하는 구도다.
넓게 보면 앞으로 당 내부 권력을 누가 쥐느냐는 주도권 싸움 성격이 짙다. 국민의힘은 당헌(제74조)에 따라 대선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게 돼 대표가 뒤로 물러나는 구조다. 윤 후보가 ‘사무총장 교체 카드’를 쓰며 이 후보의 힘이 빠졌고, 선대위도 윤 후보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이 주축이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문고리 권력의 그립이 너무 강해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토로한다. 반면 윤 후보와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후보 앞에서 대표가 영역싸움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정반대 논리를 폈다.
두 사람의 계속되는 기싸움에 당 안에선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총회를 열어 “정책 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선에서 권력 다툼 얘기만 나온다”고 우려를 표했다. 3선의 김태호 의원은 “이번 대선은 녹록한 선거가 아니다. 차ㆍ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며 양측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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