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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픽] 한중일 배터리 전쟁, 진검승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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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중일 배터리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이차전지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이 44.1%, 중국 33.2%, 일본은 17.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먼저 이차전지 원조국인 일본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7일 도요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2030년까지 1조5,000억 엔(약 1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사실상 연간 300만 대가 넘는 전기차를 생산하고 이에 탑재되는 배터리도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전기차 가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도요타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의 주행 거리와 성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고, 양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잖다. 전고체 배터리도 궁극적으로는 리튬금속 음극재 배터리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앞서 4월에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자동차 회사와 파나소닉 등 배터리 생산 및 소재 기업 55개사가 한자리에 모여 배터리서플라이체인협의회(BASC)도 설립했다. 배터리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소재와 배터리의 일본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차전지 원료부터 배터리 고객사인 자동차 업체까지 망라한 협력체가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가격과 물량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막대한 보조금과 수요 창출을 통해 원재료와 핵심 소재, 배터리 셀과 팩, 전기차 시장까지 배터리 산업의 가치사슬을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차전지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구리 등을 전 세계적으로 쓸어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원재료가 없다면 배터리를 만들 수 없다. 이차전지 전쟁이 결국 원재료를 누가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치닫게 될 경우 중국은 가장 유리한 위치다.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정상을 다투고 있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도 눈여겨봐야 한다. CATL은 테슬라, 벤츠, BMW, 도요타, 혼다 등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갖췄다는 이야기다. 원재료 광산 확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일관 생태계도 구축했다. 차대와 전지를 일체화한 CTC 기술을 개발해 한 번 충전으로 1,000km까지 주행하겠다는 게 목표다. 연구개발팀 인력이 6,000명에 육박하고, 시가총액은 200조 원도 돌파했다.
우리 정부도 7월 배터리 1등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K-배터리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주력 산업으로 키우고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사업의 선도기지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다. 민관 대규모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갖춘 생태계를 조성하며 수요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과제도 제시됐다. 연구개발은 최대 50%, 시설투자는 20%의 세액공제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까지 배터리 업체에 지원한 보조금은 무려 110조 원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이 정도로 중국과 맞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가장 많은 전기차 관련 특허를 갖고 있으면서도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던 도요타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며 전기차에 대한 본격 투자에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배터리 업체의 한 임원은 "한중일 배터리 전쟁은 향후 10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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