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에서는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 사체들의 죽음 원인을 지켜봐 왔습니다. 개중에는 어구용 그물, 밧줄에 걸려 익사하기도 하고 선박 프로펠러에 맞거나, 적은 수지만 먹은 플라스틱 때문에 죽은 사례도 있습니다. 대개 거의 다 성장한 녀석들이었죠. 이러한 일을 보며 과연 어린 바다거북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굵은 소화 장기를 통해 비닐 등이 쉽게 배출되는 큰 개체들보다 어린 개체들의 위장관 굵기는 더 가늘기 때문에 비닐과 플라스틱에 더 취약할 것이라 추정했죠. 다만 작은 개체들은 죽어서도 우리 눈에 띄지 않고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최근 호주에서 발표한 논문 '플라스틱 오염과 어린 바다거북: 잠재적인 진화적 함정'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를 확인시켜 줍니다. 해안가에서 부화한 어린 바다거북은 갈매기, 게, 상어 등의 포식자를 뚫고 큰 바다까지 부지런히 나아가야 하는 진화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해류를 거스를 힘이 없는 새끼거북들은 해류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이는 인간이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와도 같은 운명이지요. 따라서 쓰레기섬으로 흘러들어간 어린 거북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어떤 형태로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어린 바다거북의 지속적 감소는 전체 바다거북 개체군에 큰 영향을 주겠지요.
문제는 바다거북만이 아닙니다. 칼럼을 쓰기 위해 매번 많은 자료를 찾아봅니다. 야생동물에 관한 칼럼이니만큼 정확한 신규 정보를 얻으려 하지요. 그런데 최신 뉴스나 과학 정보들은 대개 암울합니다. 거의 인간 활동이나 기후변화와 연관됩니다.
식물 생존에 가장 중요한 수분자로서의 꿀벌은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집약형 농업과 농약,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밀원 부족과 기후 변화, 외래 침입종 확산과 병원체 문제도 포함됩니다. 이 문제들은 서로 얽혀 심각성을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야생벌의 풍부도와 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날씨, 특히 기온과 강수량이라는 것도 밝혀졌지요. 하지만 이 안정성과 균형은 기후변화라는 복병을 만나며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황제펭귄과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논문도 있습니다. 현재의 에너지 정책과 그 사용량(결국 탄소배출과 연관되겠죠)을 바탕으로 예측한 기후 모델에 따라 해빙이 줄어든다면 2100년까지 거의 모든 황제펭귄 집단이 멸종 수준에 이른다는 겁니다. 더워지면 해빙이 줄어들고, 이곳에 번식집단이 모이지만 빙하가 쉽게 부서져 새끼들이 익사하거나 폭풍우에 솜털이 젖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추워지면 해빙이 많이 생겨 번식지로부터 먹이터가 멀어지고 새끼들은 굶어죽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극단값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황제펭귄만이 아닌 수많은 다른 극지생물들도 해빙과 직간접적으로 삶이 이어져 있습니다. 흔히 과학자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문제와 변화의 필요성을 사회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언제쯤 이 같은 암울한 정보들의 제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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