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코로나19로 인한 소액연체 기록을 불문에 부치는 ‘소액연체 사면’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과 신용정보사 등이 12일 체결한 ‘코로나19 신용회복 지원 협약’에 따르면 사면 대상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 중 지난해부터 이달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 원 이하 연체를 12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하는 경우다. 이날 협약은 “코로나19로 빚어진 연체를 성실하게 상환해온 분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해당 기간에 연체가 발생한 대출자는 개인 기준 약 23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연체기록을 개인신용평가나 여신심사 등에 정상 적용할 경우 신용점수 하락은 물론, 대환대출(갈아타기) 등에서 고금리 불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한적 구제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이번 조치로 약 200만 명의 신용점수(NICE 기준)가 평균 670점에서 704점으로 상승하는 등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금융권 신용관리시스템에 개입하는 건 피해야 할 ‘관치’다. 하지만 당장 소상공ㆍ자영업자 등의 경영위기가 경제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만큼 비상조치를 탓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도 1,000만 원 이하 연체에 대해 같은 조치를 시행한 전례까지 있다. 금융권으로서도 은행 상반기 순익이 전년 대비 58.8% 급증한 10조8,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지원 여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소액연체 신용회복 지원 정도만으로는 풀뿌리 경제 전반에 확산된 심각한 충격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미 시행 중인 만기연장 등의 조치와 중복돼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부는 9월 말까지로 설정된 금융권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 추가 연장, 대환대출 지원, 세금 유예ㆍ감면조치 보강 등 보다 비상한 추가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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