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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보다 값진 스포츠 정신 일깨운 도쿄올림픽

입력
2021.08.09 04:30
27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1위로 들어오고 있다. 삿포로=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1위로 들어오고 있다. 삿포로=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하계올림픽이 8일 폐회식을 갖고 17일간 열띤 승부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1년 연기해 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에서 자유롭지 못한 올림픽이었다. 대회 기간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1만5,000명을 넘는 최대 규모를 기록해 결과적으로 연기의 의미가 없었다. 올림픽을 전후해 확진된 선수 및 관계자도 400명 이상이다. 코로나 완전 종식 전 치를 가능성이 높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유념할 과제다.

국제올림픽위원장이 기후변화에 따른 올릭픽 일정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할 만큼 폭염으로 인한 경기 악영향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로 터져나오는 선수들에 대한 비방이 전에 없이 문제가 된 대회이기도 했다. 50%에 육박하는 여성 선수 참가율과 양궁, 유도, 탁구, 철인3종 등 여러 종목의 남녀 혼성 경기 신설로 어느 때보다 양성 평등이 실현된 한편에서 벌어진 안산 선수를 향한 국내의 페미니즘 비방은 민망할 정도였다.

우리 선수가 목에 건 금메달은 37년 만에 가장 적었다. 효자 종목인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에서 부진한 탓이 컸다. 하지만 '금메달보다 빛나는 4위'라는 표현이 보여주듯 메달보다 더 값진 패배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대회였다. 수영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황선우,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기록한 우상혁, 다이빙의 우하람, 사격의 한대윤, 마루운동 류성현, 여자배구 대표팀 등의 선전에서 승패보다 한계에 도전하는 열정과 노력이 더 빛난다는 스포츠 정신을 새삼 확인한다.

이번 대회는 패배한 선수를 질책하기보다 그 노력에 갈채 보내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국민의 여유가 어느 때보다 돋보인 올림픽이기도 했다. 양궁 개인전에서 예상 밖으로 탈락한 김우진 선수의 말대로 스포츠에 해피엔딩만 있을 순 없다. 절제와 인고의 시간 동안 갈고닦은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한 뒤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음 대회에 더 좋은 성적을 다짐하는 참가 선수 모두에게 또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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