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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던 '美' 빠진 아프간... 탈레반-중국 밀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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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HT)는 아프가니스탄 국가안보국(NDS)이 수도 카불의 중국 식당을 급습해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중국인 10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NDS는 해당 인물들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과 알카에다, 그리고 동부 쿠나르 지방과 북동부 바다크샨 지방에서 활동하는 위구르 무장단체 관련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와 '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은 탈레반 내에서도 독립성이 높은 강경분파 '하카니 네트워크'와도 연락하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중국이 아프간 거점 위구르 무장단체의 혹시 모를 ‘월경 테러’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중국과 탈레반의 관계도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프간 전문가들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과의 관계 수립에 나섰다고 지적해 왔다. 2019년 9월 탈레반과 미국 간 평화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탈레반 대표단 9인을 재빠르게 초대해 ‘협상 지지’를 천명하며 중재자 그림을 연출한 것도 중국의 외교술이라는 평가다. 물론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했던 1990년대 말, 이른바 ‘탈레반 1기’ 때에도 양측의 ‘외교 관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프간 이슈를 중국 변수 중심으로 분석해 온 리드 스탠디시 기자는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중동문제연구소(MEI)가 주최한 웨비나 토론에서 “중국은 미국이 떠난 아프간 내 공백을 채울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중국은) 아프간 정부가 붕괴됐을 때 자국 ‘앞마당‘에 생길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자국 안보 이슈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이며, “아프간이 위구르 극단주의자들의 천국이 되는 걸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게 스탠디시 기자의 분석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8년 8월 28일 중국이 국경을 맞댄 아프간 동북부 바다크샨 지방 ‘와칸 회랑’ 일대에 순찰 강화를 목적으로 한 산악 부대 결성 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뿐만 아니라 와칸 회랑 건너편 타지키스탄 영토에도 군사기지 한 곳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토록 우려하는 위구르 무장단체는 실제 어느 정도로 위험할까. 신장 출신 위구르족으로 구성된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은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투쟁(지하디스트) 조직으로 분류된다. 1997년 파키스탄 거주 위구르 하산 마후숨이 만든 ETIM은 2002년 9월 11일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90호에서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됐다. 유엔에 따르면 2003년 파키스탄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하산의 뒤를 이은 압둘 하크는 2005년 기준 알카에다의 의사결정기구 ‘슈라 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이다.
ETIM 외에도 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TIM), 투르키스탄이슬람당(TIP) 등 위구르 관련 지하디스트 조직의 이름은 다양하다. TIP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건 2008년이다. 워싱턴 소재 대테러 정보수집분석 민간 연구소 ‘인텔 센터’는 TIP 이름을 내건 위구르 무장대원들이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을 공격하겠다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영상 속 인물들은 자신들이 ETIM의 대를 잇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TIP가 실제로 중국을 공격한 사례나 그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위협이 과장됐다는 뜻이다.
ETIM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이 미치는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중국은 ETIM을 구실 삼아 위구르 무슬림 강제수용 시설을 운영하는 등 위구르족을 상대로 심각한 탄압과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 카불 중국 식당을 전면 조직으로 내세워 스파이 행위를 할 만큼 중국은 이 문제에 치밀하면서도 신경질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2년 9월 미국은 유엔과 함께 ETIM을 테러리스트로 별도 지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5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ETIM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을 해제하며 “지난 10여 년간 ETIM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더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ETIM을 문제 삼으며 위구르를 탄압하는 건 근거가 없다는 쐐기다. 미국의 해제 조치는 당연하게도 위구르 이민자 공동체의 대대적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테러조직 지정 해제 이유로 제시된 “ETIM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폼페이오 전 장관 발언은 과장에 가깝다. 미국은 불과 3년여 전인 2018년 2월만 해도 바다크샨 지방의 ETIM 지원 조직을 겨냥해 공습을 가한 바 있다. 당시 아프간 뉴스 통신사인 ‘파족 아프간 뉴스’는 “(사망자 중) 2명의 중국계 무장 대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직 이름이 어떻든 위구르 무장단체 구성원일 가능성이 크다. 카불 베이스의 싱크탱크 ‘아프간분석 네트워크(AAN)’도 같은 해 3월 19일 보고서에서 우선 “미국의 주장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입장도 반박했다. “이들이 월경 테러로 직접적 위협을 가한다는 주장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한편 지난 7일 수하일 샤힌 탈레반 국제 대변인은 SCMP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중국을 친구로 여기고 있다”며 “가급적 빨리 아프간 재건 작업에 중국이 투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투자자들과 (아프간에 파견될)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그들의 안전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18년 이미 아프간에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제안한 중국의 실리적 접근에 부합하려는 탈레반 대변인의 외교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종합해 보면 중국은 안정과 안보, 그리고 실리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에 두고 대아프간 정책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으로선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관건이다. 탈레반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지만, 이 사실이 그들의 정체성을 전부 설명하진 않는다. 한때 정부를 운영했던 탈레반은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정당 성격도 지닌, 한마디로 ‘극단주의+무장+정치 세력’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극단주의 이념과 정치 행위 사이에서 일정한 수준의 타협적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고, 이는 중국과의 관계 형성에도 반영될 것이다. 예컨대 신장 위구르 무슬림들이 박해받는 현실에 탈레반이 갖는 연대나 동정이 반드시 ‘반(反)중국 행보’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탈레반이 ETIM 혹은 다른 변형된 이름의 위구르 무장단체들을 대중 관계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된다. 1990년대에 그러했듯, ETIM의 아프간 내 체류와 활동을 눈감아 주되 대중 공격 거점으로 이용하지 않을 정도의 통제권은 행사할 수도 있다. 물론, 중국과 탈레반 양측 모두 ‘내정 불간섭주의’ 공감대는 뚜렷하다. 탈레반은 이미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이 완전 철수를 공언한 9월 이후 아프간 모습은 내전을 포함, 여러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대테러전과 여성 해방, 그리고 국가 재건을 내걸었던 미국의 약속은 사실상 실패한 20년 전쟁으로 마감하는 중이다. 그 이후를 가장 긴장하는 ‘외세’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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