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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날파리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 그냥 방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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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주광식 교수
# 53세 여성 이씨는 2~3개월 전부터 눈앞에 무수한 점들이 떠다니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화로 인한 거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일상생활도 점점 불편해지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비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안저검사를 해보니 망막주변부 망막열공이 관찰돼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 늦게 병원을 찾았다면 자칫 망막박리로 진행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우리 눈 안의 공간은 젤과 같이 점성이 있는 액체인 유리체로 채워져 있습니다. 99%가 수분이고 나머지는 섬유조직으로 이뤄져 있는 투명한 젤리 형태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 유리체의 점도가 떨어지면 점차 묽어지는 액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체 내 미세한 콜라겐 섬유가 뭉쳐지며 부유물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뭉쳐진 콜라겐 섬유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방해하면서 그림자가 져 발생하는 증상이 바로 비문증(飛蚊症·날파리증)입니다.
대부분의 비문증은 노화에 따른 정상적인 변화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개 밝은 곳인 파란 하늘이나 흰색 종이, 흰 벽면을 바라볼 때 파리, 모기, 점, 얼룩, 실타래 등과 같은 것들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선을 움직이면 이러한 물질들도 따라서 이동하고, 심한 경우에는 눈앞에 번쩍이는 섬광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눈 안쪽 면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을 인지하는 ‘카메라 필름’과 같은 기능을 하는 망막으로 덮여있습니다. 때때로 비문증은 이 망막에 구멍이 나는 망막열공과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비문증이 나타난다면 우선 안과 검사를 꼭 받아볼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포도막염, 유리체 출혈 등의 다양한 안과 질환에서도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를 통한 감별이 중요합니다.
초기 망막열공은 레이저 시술을 통해 열공이 일어난 망막 부위를 유착시켜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망막열공으로 인한 망막박리(망막의 두 층, 안쪽의 감각신경층과 바깥쪽의 색소상피층이 분리되는 상태)가 진행되면(아래 그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문증이 나타나면 주변부 망막에 대한 산동 안저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특히 눈앞에 번개가 치듯 번쩍거리는 광시증이 동반되거나 눈앞에 커튼 같은 장막이 쳐지는 듯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기존에 비문증이 있던 환자라도 떠다니는 날파리의 수가 갑작스럽게 늘어난다면 바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노화 과정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비문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돼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포도막염, 유리체출혈, 망막열공, 망막박리 등의 질병에 의한 비문증은 진행을 막지 않으면 시력에 영향을 주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눈앞에 이상한 것이 보이는 시각적 증상은 비문증에 의한 경우가 많지만, 편두통에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편두통은 중증도 이상의 박동성 통증이 머리 편측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성 5명 중 1명, 남성은 15명 중 1명꼴로 경험하는 흔한 질환입니다.
이러한 편두통에서 두통이 발생하기 직전에 비문증과 유사한 시각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퍼지는 양상의 번쩍거리는 암점이나 희미한 불빛, 지그재그 선이나 별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시야 암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두통 없이 시각적 증상만 나타날 때도 있어, 이를 안구 편두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끔 환자들이 본인의 증상을 오랜 기간 비문증으로 알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편두통의 시각 증상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뇌의 시각피질에서 나타나는 이상으로,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비문증 양상처럼 나타날 수도 있어 감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시각적 증상과 박동성 두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비교적 쉽게 편두통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중년 이후 갑작스럽게 시작돼 시각적 증상만 수개월에 한 번씩 반복된다면 감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두 눈에서 10~30분 정도 나타나며, 한 시간 미만으로 증세가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매우 드물게 한쪽 눈이 일시적으로 아예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경과 진료를 통해 약물치료를 받게 됩니다.
또한, 비문증이나 편두통과는 다르게 깜빡거리는 흰색 점, 어두운 점, 혹은 투명한 점이 시야의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시설현상(visual snow)이라 일컫는 신경학적 질환으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그 밖에도 뇌전증이나 약물 복용 등과 관련된 여러 환각 증상의 하나로 번쩍거리는 불빛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시각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과 및 신경과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비문증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습니다. 대신 처음 발생했을 때 증상의 정도에 상관없이 곧바로 안저검사를 시행해 주변부 망막의 열공 등 망막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초기 검사상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추후 망막열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급격히 나빠진다거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잘 관찰하면서 평소 눈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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