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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보훈 찍고 호남 향했다"... '가보지 않은 길' 걸은 이준석의 첫날

입력
2021.06.14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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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첫 공식 일정으로 대전·광주 방문
"5·18 이후에 태어난 첫 세대"... 민심도 호의적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4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과 대화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4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과 대화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헌정사상 첫 30대 보수정당 수장은 첫날부터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선배들이 외면했던 장소를 찾았고, 가는 곳마다 당이 변하겠노라고 역설했다. 민심은 화답했다. 출발은 비교적 합격점을 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광주로 향했다. 건물 철거 현장 붕괴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붕괴사고가 그를 광주로 불렀지만, 보수정당 대표가 취임 첫날 호남을 찾은 건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그는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과거에 대한 ‘사과’를 넘어 ‘호남의 미래’를 말했다. 이 대표는 누군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불성실한 재판 협조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똑 부러지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종인 체제에서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언행을 많이 반성했고, 그 기조는 새 지도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그것(반성)을 넘어서 당이 호남의 미래 세대와 지역 발전, 경제 활성화, 일자리 등을 논의하게 될 시점이 가까운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5·18 이후에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 주자”라고 칭하는가 하면, 최근 인터뷰에서 가장 관심 있는 화두로 ‘호남’을 꼽는 등 김 전 위원장 시절 시작된 ‘서진(西進)’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광주 동구청광장에 설치돼 있는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광주 동구청광장에 설치돼 있는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 민심도 그를 후하게 대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방문 동선마다 시민들이 대거 몰려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2019년 황교안 당시 대표가 당내 ‘5·18 막말’을 수습하지 못한 채 광주를 찾았다가 물병 세례를 맞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는 등 이준석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방문에 앞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이 안장된 서울현충원을 먼저 찾는 관례를 깬 ‘파격 행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전현충원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서해수호 장병들과 마린온 헬기 사고 장병분들이 있다”며 “보수정당으로서 안보에 대한 언급은 많이 했지만, 보훈이나 사건ㆍ사고 처리에 관해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어, (이를) 반성하면서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충탑 앞에서 참배를 마친 뒤 대형버스를 타고 천안함 46용사 묘역, 천안함 수색 과정에서 숨진 고(故) 한주호 준위 묘역, 제2연평해전ㆍ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마린온 순직 장병 묘역을 돌았다. 방명록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이곳에서도 젊은 수장이 이끄는 보수정당을 향한 기대가 엿보였다. 짧은 머리를 한 젊은 남성은 이 대표에게 사진 촬영을 청하면서 “국민의힘이 좀 더 이슈를 선점하는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천안함 피격 장병 묘소 앞에서 만난 천안함 희생자 유족이 “아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하자, 이 대표는 눈물을 보이며 “10년이 넘었는데도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 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위로했다.

숨 가쁜 지방 일정을 소화한 이 대표는 서울로 올라와 첫 일성으로 ‘변화’와 ‘쇄신’을 입에 올렸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친숙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에겐 외면받던 논제들을 적극 선점하고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대전·광주=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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