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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한 이선호씨 아버지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만 한다면 달라진다"

입력
2021.05.20 14:31
수정
2021.05.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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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호씨의 부친 이재훈씨가 20일 국회에서 정의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정의당 제공

고 이선호씨의 부친 이재훈씨가 20일 국회에서 정의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정의당 제공

"사망 사건이 나면 사업주가 무조건 감옥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 보십시오. 그러면 다음 날 사업주가 자기 회사의 안전관리요원이 됩니다."

평택항에서 안전관리자의 감독 없이 일하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23)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20일 국회를 찾아 이렇게 절규했다. 이씨는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아무리 강경한 법을 만들면 뭐합니까. 실천을 해야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1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노동자 사망 사고와 사업주의 책임 회피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선호씨 사망 이후 한 달 가까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이씨는 정치권이 철저한 산재 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려 국회를 찾았다. 이씨는 정의당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쌓인 말들을 풀어 놨다. "이런 사고가 나면 강경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쓸데없는 얘기다.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만 해주신다면, 당연히 재발 방지가 된다. 사업주들이 '장난 아니네' 하면서 자연히 조심하게 된다."

이씨는 필요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 아이가 죽음으로써, 원청과 하청 사이의 더러운 먹이사슬의 존재와 일용직이라고 마음대로 버리고 임금마저 착취하는 실상을 만천하에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와 선호씨는 인력공급업체 소속으로, 원청인 '동방' 기업이 운영하는 하역장에서 일했다. 고용노동부는 동방이 이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작업 지시를 내리는 등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왼쪽)씨가 20일 국회를 찾아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운데)와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왼쪽)씨가 20일 국회를 찾아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운데)와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 내내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고 있던 이씨는, 아들의 친구인 김벼리씨가 "이 사회가 선호의 죽음에 빚져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호소하자 오열했다. 김씨는 "하루 7명이 일하다 죽어나가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무섭다. 돈보다 노동자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당연한 말이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씨는 이씨 사고 이후 장례식장을 지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사건 공론화를 위해 분투해 왔다.

정의당은 이씨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법을 개정하고 산재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현행 중대재해법이 5인 미만 사업주에 법 적용을 예외로 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너무 큰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해 산재 피해를 입은 가족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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