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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00일, 정책은 예상보다 '좌클릭' 중

입력
2021.05.09 10:00
25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법안의 필요성을 연설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법안의 필요성을 연설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선거부정을 통해 대통령직을 갈취했다는 주장부터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망쳐놓은 미국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소망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했었다. 이쯤에서 지난 100일을 평가해 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해 봄직하다.

선거를 치르고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승리를 확정지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할 당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패배자가 승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방 의회에서 간신히 다수당을 차지했지만 의석수 차이가 매우 적었다. 반면, 꼭 해야만 하는 일들과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일들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코로나 대처, 경제 회복, 인종차별 해결, 경제적 불평등 해소, 의료보험 개혁, 이민정책의 변화, 기후변화정책과 대외정책의 전환 등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이다. 현재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고치인 53%인데, 위기상황을 대체로 잘 수습하고 있다고 미국인들은 생각한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73% 감소했으며, 백신 접종자 수는 성인 전체의 57%를 넘겼다. 실업률은 계속 떨어져서 6% 정도이고, 경제성장률은 1분기 6.4%로 제법 높다.

다만, 당파적인 면모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총 11건뿐인데, 트럼프 대통령 시절 같은 기간 28건과 1930년 이후 평균인 23.5건보다 많이 적다. 특히,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법안이 통과한 경우는 코로나19 경기부양법안 겨우 1건에 불과하다. 반면, 의회의 협조가 필요 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은 42건으로 트럼프 33건과 전체 평균 26.5건보다 상당히 많다. 전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꽤나 무효화했는데, 바이든 취임 100일 동안 총 62건으로 트럼프 시절 같은 기간 13건에 비해 5배 가까이 많았다. 이전 공화당 행정부가 한 일들을 되돌리는데 시간을 쏟았고, 의회 내 공화당과의 타협보다는 민주당만의 일방적 독주였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든 100일이 너무 부족하기만 했다. 2500조 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확충 법안과 2000조 원 규모의 어린이 양육 및 교육 지원 법안은 의회에서 계류 중이고, 부유층 증세와 법인세 인상 계획도 공화당의 반대로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인종차별 대책과 의료보험 개혁은 아직 그 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각각의 정책에 이해관계가 있거나 이에 대해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것이다.

정반대로 지나친 변화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당내 경선을 통과한 중도파 후보였었다. 이를 감안한다면, 현재 그의 정책 행보는 오히려 당내 좌파에 가까울 정도로 진보적이다. 정부 지출 규모를 대폭 늘렸고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몇몇 진보 정책을 추진했다가 티파티를 비롯한 공화당의 거센 반격에 무너졌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올여름까지 코로나에서 벗어나 미국 경제가 확실히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경제가 좋으면 대통령의 정당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진보적 어젠다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 앞에서 양당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지 관심 있게 두고 볼 일이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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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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