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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은 차로 치어도 됩니까?… 엄한 처벌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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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운전자는 우리가 차량을 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한두 번의 경적만 울렸어도, 몇 초만 기다려줬어도 강아지 장군이가 즉사하진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경남 창원 한 공업사 근처에 살던 유기견 가족입니다. 아빠개, 엄마개, 강아지 3마리 등 총 5마리가 주민들이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짱구, 아가, 장군, 매실, 자두라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사건은 지난 5일 오후 6시쯤 벌어졌습니다. 승합차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돌진해 우리 가족을 덮쳤고, 미처 피하지 못한 강아지 '장군이'가 세상을 떠난 겁니다. 우리에게 밥을 주러 온 주민이 현장을 목격했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주민에 따르면 운전자는 위험하다는 수신호를 보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아 강아지를 치었고, 사고 직후에도 차량을 두드리며 세우려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한 주민에게 "유기견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러냐", "어차피 주인 없는 개이니 고발해도 괜찮다" 는 말과 함께 삿대질을 하며 위협했다는데요.
목격자 주민은 사건이 묻힐까 염려돼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동자연)에 해당 내용을 알렸습니다. 활동가들이 다음 날 현장을 살펴본 결과, 운전자가 출발하는 장소에서 육안으로 우리 가족이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운전자가 장군이를 치는 장면은 당시 상황이 녹화된 주민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에 동자연은 마산동부경찰서에 운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동자연은 또 운전자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분노해 23일 기준 4만5,000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활동가들은 운전자가 고발에 따른 보복성 동물 학대를 저지를 수 있다며 현장을 배회하던 우리 4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지금은 위탁 보호처에서 지내고 있고요, 늦어도 다음 달 초 경기 남양주시 동자연 입양센터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올해 2월 12일부터 동물보호법 위반 시 처벌 수위는 기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습니다. 또 동물학대를 강력히 처벌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민법 조항(동물의 지위는 물건)을 고치는 것도 검토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물학대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동물학대 검찰 처분은 2016년 339건에서 2018년 601건, 2019년 1,070건, 지난해(10월까지) 87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년간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절반(51.2%)이 불기소 처분됐고요,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93명(2.8%) 중 구속기소는 단 2명(0.1%)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해 처벌이 관대했던 점이 또 다른 동물학대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보호자 없는 유기견이라고, 민법상 생명이 아닌 물건이라고 해서 우리 목숨이 하찮은 건 결코 아닙니다. 장군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유기견이니 고발해도 괜찮다'며 생명을 가볍게 여긴 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해주시길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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