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결과 따라 정치권 요동 불가피
민주당선 개헌론, 국민의힘은 분당론까지
문 대통령 정치에 선긋고 민생만 챙기길
신선한 인물 없이 치러지는 서울ㆍ부산 보궐선거에 큰 기대가 있을 리 없지만 정작 걱정되는 건 선거 후다. 여야 승패와 당선자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꼭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유불리를 놓고 정국 혼란과 극한 대립이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정치판에서 나도는 시나리오에는 ‘정치공학’ ‘선거공학’뿐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개헌론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개헌론으로 국면 전환을 꾀할 거라는 얘기다. 지난달 박병석 국회의장이 “4월 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혁, 즉 ‘제왕적’이라 비판받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로 모아진다.
하지만 과연 개헌론이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권력구조 개혁의 필요성에는 다수가 공감하나 임기 막판에 여권이 개헌론을 주도할 경우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문제로 곤경에 빠지자 개헌론을 들고 나온 장면이 연상된다. 정국이 개헌 이슈로 블랙홀에 빠지고 여권으로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은 더 심각하다. 얼마 전 민주당 친문 의원이 익명으로 제기한 이 주장은 "국민의힘은 120일 전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데 우리만 일찍 확정하면 공격에 노출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선거일 전 180일로 명시된 당헌을 120일로 바꾸자는 것으로 보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많다.
대선 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친문 세력으로서는 후보를 조기 확정하는 것보다 가급적 미루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당헌 개정이 거론되는 순간 민주당은 분란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친문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여긴 이 지사로서는 탈당까지 염두에 둘지 모른다. 대선을 앞둔 여권으로서는 자멸이나 다름없다.
야권은 양상이 보다 복잡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상황은 천양지차다.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권 재편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 닥칠 게 분명하다. 만일 야권 단일 후보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확정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안철수 중심의 야권 정계 개편이 탄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가, 지금은 부인하지만 야권 대선 후보로 나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가 됐으나 본선에서 패할 경우 국민의힘은 거센 해체 요구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수 궤멸 상태에 직면한 국민의힘으로서는 구원투수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매달리는 세력과 홍준표, 유승민 등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갈라져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선거 후 예상 시나리오를 보면 그 어디에도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코로나 위기 속에 신음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오로지 권력 다툼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당의 헤게모니와 대선 승리, 진영 대결 등 권력을 향한 끝없는 질주뿐이다.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덕도특별법, 재원 대책 없는 복지 경쟁, 도무지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부동산 공약 등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황당한 일이 생길지를 암시하는 전조에 불과하다.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곳은 정부밖에 없다. 남은 1년, 정치와 일체 선을 긋고 코로나 방역과 경제 등 민생만을 챙기길 바란다. 정부와 여당이 같은 집권세력이라고 해도 지금은 민주당에 손을 내밀 때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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