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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휩쓴 지구촌 1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입력
2021.01.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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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0일 한국·미국 첫 확진
1년 만에 전 세계 감염 1억명 눈앞
끝이 아닌 시작… 백신 양극화 공포

지난해 1월 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이 떨어진 중국 우한에서 한 여성이 폐쇄된 기차역 앞을 지나가는 가운데 뒤편에선 경찰들이 기차역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우한=AP 뉴시스

지난해 1월 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이 떨어진 중국 우한에서 한 여성이 폐쇄된 기차역 앞을 지나가는 가운데 뒤편에선 경찰들이 기차역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우한=AP 뉴시스

고통과 좌절로 점철된 1년이었다. 야속한 시간만 덧없이 흘렀다. 전 세계는 아직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있고, 출구는 영영 아득하기만 하다.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워 온 지 꼭 1년 된 날이다. 1년 전 이날 중국은 신종 호흡기 질환이 사람 간 전파된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한국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아닌 ‘우한 폐렴’이라 불렸다.

앞서 중국은 2019년 12월 31일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일부 환자가 우한 화난수산시장 상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시장도 폐쇄했다. 2020년 1월 11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정체 모를 이 질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졌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중국은 23일 후베이성과 우한시를 전면 봉쇄했다. 약 3,000만명이 70일간 이동 제한을 받았다. 한국은 전세기를 띄워 교민을 탈출시켰다.

그러나 이미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침투해 있었다. 각국에서 속속 확진 사례를 보고하기 시작했고, 불과 한두 달 사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뒤덮었다. 그런데도 WHO와 미국은 사태를 가볍게 봤다. “당신이 건강하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WHO)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마스크를 사는 것”(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이라고 말한 게 3월 초였다. 그 조언이 틀렸다는 건 불과 며칠 뒤 증명됐다.

3월 8일 이탈리아는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주를 비롯해 북부 15개 지역을 틀어막았다. 성당까지 관이 들어차고 화장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군용차량 30여대를 동원, 관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지역 신문에 부고가 10개면으로 늘어났다. 이탈리아의 참상에 전 세계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그뿐 아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까지 속속 봉쇄에 들어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서구 민주주의가 공공의 안전을 목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놓였다”고 평했다.

지난해 3월 21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군 트럭으로 북부 페라라 공동묘지에 도착해 운구되고 있다. 관계자는 베르가모 공동묘지의 최대 수용량이 넘어서 페라라까지 시신을 운반해야 했다고 밝혔다. 페라라=AP 뉴시스

지난해 3월 21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군 트럭으로 북부 페라라 공동묘지에 도착해 운구되고 있다. 관계자는 베르가모 공동묘지의 최대 수용량이 넘어서 페라라까지 시신을 운반해야 했다고 밝혔다. 페라라=AP 뉴시스

결국 WHO는 3월 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였다. 이미 114개국에서 11만8,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4,291명이 사망한 뒤였다. 3월 말이 되자 전 세계 감염자는 30만명까지 늘어났다. 3월 27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철통 경호를 받았을 국가 수반까지 감염되는 판국에 일반 시민들이 안전할 리 없다. 코로나19는 악화일로였다. 5월 27일 미국은 사망자 10만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넉 달 뒤인 9월 28일 전 세계 사망자는 100만명을 찍었다. 10월 3일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감염됐다. 바이러스의 위협을 폄하하고, 실내 집회를 열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한 결과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가팔라질 거라는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10월 말~11월 초 유럽은 2차 봉쇄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각 나라들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에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새로운 기폭제가 될까 전전긍긍했다. 그 즈음 한국에서도 3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신규 확진자가 1,000여명씩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영국 코번트리 대학 병원에서 90세 여성 마거릿 키넌이 세계 최초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영국 코번트리 대학 병원에서 90세 여성 마거릿 키넌이 세계 최초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하지만 인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11월 9일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90%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며칠 후 모더나 백신도 비슷한 결과를 전해 왔다. 이제부턴 백신 확보 및 접종 경쟁이다. 갈급한 영국이 먼저 치고 나섰다. 영국은 12월 2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엿새 뒤인 8일 90세 여성 마거릿 키넌에게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14일엔 미국이 뒤따랐고, 27일엔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에서 동시 접종을 개시했다. 인류에게 희미한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을 말하기엔 이르다. 아니,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지도 모른다. 최근엔 영국, 남아공, 브라질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2차 변이 펜데믹’을 불러왔다. 백신은 부족한데 그나마도 돈 있는 나라가 싹쓸이했다. ‘백신 양극화’가 불러올 재앙은 아직 알 수 없다. 백신을 맞고 숨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9일 기준 전 세계 감염자는 9,591만4,000여명으로, 어느새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망자는 무려 204만9,00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서만 누적 감염 2,416만명, 누적 사망 40만명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인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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