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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V 1003대 탑 쌓은 백남준, 이건희 회장과 깊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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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도 이건희(78) 삼성전자 회장 별세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계의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돈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계 인사들은 "미술품 수집이 그저 돈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 입을 보은다. 단순 취미 수준을 넘어서는 지식과 정보,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문화재단에 오래 일하면서 삼성가의 컬렉션 문제를 다뤄온 이종선씨가 2006년 ‘리 컬렉션’이란 책을 내면서 “대를 이어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건 단순히 돈의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라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고미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물려받았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부인 홍라희 여사와는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다. 2004년 개관한 리움이 대표적 예다.
이 회장과 미술계 인연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다. 해외에서 이미 전위적 현대미술가로 이름을 얻은 백남준은 1980년대 들어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미술, 특히나 전위적인 현대 미술은 이해 불가의 영역이었고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때 백남준과 삼성가와 만남이 이뤄졌다. 이 회장과 백남준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백남준은 자신의 비디오 작품에 쓰던 일본의 소니TV를 삼성전자TV로 바꿨다. 삼성전자로서는 백남준의 작품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던 셈이다.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소장한 ‘다다익선’은 삼성전자에게서 기증받은 TV 1003대를 탑처럼 쌓아올려 만든 작품이다.
삼성도 생전 백남준을 예우했다. 1995년 백남준이 미국 뉴욕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이 회장의 지시로 백남준 살리기에 삼성이 전력투구한 건 유명한 얘기다. 백남준이 이후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백남준에겐 호암상도 수여됐고, 특별전 등 백남준을 주제로 한 전시도 몇차례 열렸다.
이 회장과 미술계라면, 이우환(1936~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우환 작가는 이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선배이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호암미술관 일을 봐주면서 같이 답사도 다니는 등 개인적인 친분도 깊이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우환도 2001년 호암상을 받았고, 뉴욕이나 파리 등에서 열린 이우환의 주요 전시에 삼성이 후원자로 나서기도 했다. 관계성을 바탕으로 공존과 화해를 얘기하는 이우환의 작품 세계에 이 회장이 상당히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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