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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침공1년, 시리아 북동부 '로자바'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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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 시리아 북동부 자치지역(AANES), 일명 '로자바'는 터키와 터키 지원 시리아 무장반군단체들의 침공 1주년을 맞았다. 1년 전 터키가 지원하는 무장단체들은 '평화의 봄'이라는 작전명으로 북동부 지역을 재침공했고, 그 결과 하사카 지방의 라스알아인과 라까 지방 텔아비아드는 그들의 통치로 넘어갔다. 이들 조직은 이제 '시리아 국민군(SNA)'이라는 그럴 듯한 간판 아래 활동 중이다.
지난해 침공은 2018년 1월 '올리브 가지 작전'을 시작으로 한 터키의 시리아 북부 침공으로는 세 번째다. 터키는 자국의 남부 국경과 맞닿은 시리아 북부 일대가 쿠르드족 주류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그 정치국인 시리아민주평의회(SDC)의 통치 아래 자치지역으로서의 기반을 다져가자 "(쿠르드) 테러리스트" 위협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안전지대 설정'을 명목으로 침공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터키 침공은 시리아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으로 지역자치를 꾸려가던 북부지역에 지속적ㆍ잠재적 불안정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종족을 초월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리아 전쟁 폭력 상황을 모니터해온 '시리아 폭력 다큐 센터'의 북부지부(VDC-NSY)가 정리한 9월 현황 보고서는 가히 암울하다. "이 일대는 앙카라가 지원하는 급진 조직들, IS(이슬람국가) 지도부, 인권침해 가해자들의 천국이 됐다"는 것이다. "고문, 체포, 현장 사살, 주거지와 토지 점령, 무차별 폭격 등은 물론 의료진과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라스알아인과 텔아비아드에서만 고향을 등진 피난민이 37만5,000명에 이른다. 9월 한 달간 납치된 민간인도 22명이나 된다. 북부 거주민 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물론 IS 극단주의자들의 '성노예'로 고통받았던 야지디, 다수가 기독교도인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는 물론 아랍 주민들까지 거의 모든 커뮤니티가 예외 없이 고통받고 있다. 북부도시 카미슐리에 기반을 두고 조사ㆍ분석 작업을 해온 로자바정보센터(RiC)에 따르면 서아시아에선 드물게 '세속적 민주주의'라는 정치 모델을 실험 중인 이 지역에 샤리아 율법을 강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엔인권위(UNHRC) 산하 '시리아 인권에 대한 독립적 국제진상조사단(IICISAR)'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는 북동부 인권상황을 이렇게 일별하고 있다. "(북부) 알레포 지방 아프린과 (하사카 지방) 라스알아인, 그리고 하사카 지방 주민들은 SNA 대원들의 광폭한 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잇따른 폭격과 차량폭탄 등의 위협도 심각하다."
유엔 보고서가 언급한 아프린은 2018년 3월 '올리브 가지 작전' 당시 터키 지원 무장단체 통치로 넘어간 쿠르드족 주류 북서부 도시다. 그해 12월 쿠르드는 '아프린 해방군(HRE)'을 결성해 게릴라전을 전개 중이다. 그 사이 평화롭던 아프린은 친터키 반군들에 의한 납치, 강간, 절도 등 온갖 범죄가 난무한 도시로 전락했다. 로자바 지역 옵저버들이 아프린을 SNA 통치로 넘어간 다른 북부 도시들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SNA 조직들이 아프린에서 운영하는 비밀감옥에는 반군들이 납치해온 여성들이 구금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말 온라인에 급속히 확산된 한 영상은 북부의 납치 실태와, 비밀감옥, 반군들 간 무장 암투 등 암울한 북부의 현실을 고스란히 암시하고 있다. 5월 29일 VDC-NSY가 폭로한 해당 영상을 보면 '함자 부대' 대원이 여성 여러 명을 황급히 대피시키는 상황이 나온다. 이 부대는 최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에도 터키 용병으로 가담해 아제르바이잔 편에 섰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상황이 무장단체 간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했다. 함자 부대를 한편으로 하고 반대 쪽에서는 살라피스트 조직 아흐라르 알샴과 자이쉬 알이슬람, 한 때 시리아 반군의 대표격이었던 자유시리아군(FSA) 제1여단 등 세 조직이 편을 먹고 무장충돌을 벌인 것이다. SOHR은 당시 양측 대원들은 물론 어린이 2명이 사망하는 등 총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5월 31일 아프린포스트는 영상 속 대피하는 여성 가운데 하이파 알자셈이라는 간호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북부 거주 아랍인으로 2년 전 친 터키 무장조직에 납치됐던 인물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집, 차, 토지 등 거의 전 재산을 팔아 딸의 석방을 호소하며 '몸값'을 지불했지만 "당신 딸은 죽었다"는 말만 들었다. 이 매체는 친 터키 조직 정보원을 인용해 "이날 충돌은 함자 부대가 그간 납치한 여성 26명을 아프린의 '밀리터리 폴리스' 감옥에서 바수타 지역 감옥으로 이송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3월 마지막 영토마저 상실한 IS 잔여 세력들이 점조직으로 남아 여전히 활동하는 현실도 북동부가 직면한 크나 큰 도전이다. RiC가 터키 침공 1주년을 맞아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동부에서 IS 점조직의 공격은 전체적으로는 19% 가량 줄었지만 동부 데이르에조르에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8월에는 43건, 9월 44건 식이다. 아울러 부족 지도자 등과 같은 지역 정치세력을 세력을 겨냥한 IS의 암살은 36%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IS 점조직과 별도로 전 IS 대원들이 SNA그룹으로 흡수되는 현실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마줄룸 아브디 코바니 SDF 총사령관은 9일 쿠르드 온라인매체인 하와르뉴스에이전시 인터뷰에서 "터키 지원 반군 내에 전 IS대원들과 (알카에다 계열인) 전 자바트 알누스라 인물들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RiC 보고서는 전 IS 대원이 SNA로 흡수된 사례가 신원이 확인된 경우만 40여명이라고 분석했다. 이 중에는 IS 내부 보안담당 같은 중책을 맡았던 이들도 있고, FSA와 자바트 알 누스라를 거쳐 IS로 활동무대를 옮겨간 '철새형' 지하디스트들도 여럿이다.
파이즈 알-아칼이라는 인물은 그 대표적 사례다. '칼리프'를 자처한 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IS의 재정과 병참을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20일 터키 통제지역인 알밥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암살당했던 그의 소지품에선 터키 발행 신분증이 나왔다. RiC는 "SNA는 터키 국방부와 군 정보국이 거의 통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어 RiC가 보고서가 인용한 한 주민의 말은 보고서 저자의 당부대로 "의미 있는 판단 근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SNA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는 엿볼 수 있다. "IS 통치하에서 사는 게 SNA 통치보다 (차라리) 낫다. IS는 통치 시스템이라도 있지만, SNA는 규율 같은 게 없다. 그저 주민들을 강탈하니 여성, 어린이, 쿠르드, 아랍, 고령자, 젊은이 할 것 없이 SNA 통치 하에선 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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