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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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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하 터널' 들어선 텔아비브 '인질 광장'... 전쟁은 이스라엘 풍경을 바꿨다

가자지구 전쟁 개전 1년을 이틀 앞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심 도시 텔아비브는 평온해 보였다. 유대교 안식일인 토요일을 즐기는 이들로 텔아비브 도심 지중해 해변은 아침부터 붐볐다. 커피와 함께 오전을 보내는 남녀, 화창한 날씨를 즐기려는 가족들로 공원과 카페는 북적였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도시를 들여다보니 텔아비브는 1년째 신음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한 이후 하마스에 납치된 251명 중 아직 귀환하지 못한 97명을 빨리 구출해야 한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는 인파 옆으로 '그들(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라'(Bring them home now)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휘날렸고, 시내 맥도널드 매장 내부 스크린으로는 인질들 사진이 끊임없이 나왔다. 텔아비브 미술관과 도서관으로 둘러싸인 중심가 광장은 인질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응축된 대표적 공간이다.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앞처럼, 텔아비브의 대표적 문화 공간이었던 이곳에는 이제 '인질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본부와 마주한 이곳에서 지난 1년간 인질 가족과 시민들이 주도한 집회·시위가 열렸기 때문이다. 광장은 엉성하게 조성됐다. '인질 광장' 안내판은 임시로 가져다둔 기둥에 허술하게 올려져 있었고, 집회·시위를 주도하는 무대도 헐겁게 설치돼 있었다. "인질 전원이 돌아와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장소라 완벽하고 영구적인 무언가를 설치하지 않았어요." 인질 가족 등이 주축이 된 단체 '인질 가족 포럼'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오르나 고넨은 이렇게 설명했다. 광장 한쪽에 놓인 커다란 식탁 옆으로는 돌아오지 못한 인질 숫자를 상징하는 의자 97개가 놓여 있었다. 최연소 인질인 크피르 비바스(납치 당시 9개월) 주변으로는 형 아리엘(4), 아빠 야덴(34), 엄마 쉬리(32)의 의자가 옹기종기 놓였다. 식탁을 둘러보던 한 시민은 "곧 이렇게 앉아 식사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 가운데 놓인 20m 길이의 회색 터널은 가자지구 지하터널을 상징한다고 했다. 인질 누군가가 여전히 붙잡혀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마스의 은신 공간이다. 터널 안에선 물방울, 발자국 등의 소리가 들려 '진짜 터널'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고넨은 "감히 그들의 고통을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이러한 체험을 통해서라도 인질을 계속 떠올리기를 바라며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 공격을 받은 키부츠(공동 소유 기반 생활 공동체)들은 저마다 광장에 텐트를 치고 인질의 귀환을 염원하고 있었다. 5명이 하마스 인질로 붙잡혔던 나할 오즈 키부츠가 마련한 텐트로 들어가니 3명의 사진 옆에 '귀환' 표시가 붙어 있었다. 텐트를 지키던 나할 오즈 출신 아얄 셀라는 아직 귀환하지 못한 차히 이단(49)과 옴리 미란(46)의 사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의 나이는 펜으로 지워졌고, 그 옆에 50, 47이라는 숫자가 새로 쓰여 있었다. "그들은 살아서, 한 살씩 더 먹었을 거라고 확신해요." 셀라가 두 사람과 모든 인질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말했다.

18번의 피란,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절망의 땅… "전쟁은 충분, 그저 평화를 원할 뿐"

유엔 "가자지구 학교 493곳 파괴"… 전쟁 1년간 매일 한 곳 이상 폭탄 맞은 꼴

#2024년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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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나라 사랑에 고개 절로 숙여져"… 국방부가 10억 쓴 월간지 편향성 논란

국방부가 매달 중대급 부대에 배포하는 안보간행물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등 편파적 주장과 가짜뉴스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객관성·전문성 검증이 부족한 국방부의 간행물 배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안보간행물 보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지 '자유'를 매월 1만1,000여 부씩 사들여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는 국방부가 배포하는 '5대 안보간행물' 중 하나로 다른 간행물과 달리 유일하게 각 중대급 부대까지 보급되는 잡지다. 국방부가 최근 3년간 자유를 구입한 예산은 10억2,300만 원에 달한다. 국방부가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자유'를 중대급 부대까지 배포하고 있지만 부실한 내용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 4, 5월호에 실린 건국전쟁에 대한 영화평이 대표적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4월호에서는 4·19혁명 직후 "불의를 보고 방관하지 않는 100만 학도와 국민들이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나라 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라고 칭송했다. 5월호에서도 "이 대통령이 떠난 하와이 휴양이 '망명'으로 보도됐기에 생을 마감한 후에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망명 보도' 때문에 못 돌아온 게 아니라, 민심 악화로 허정 대통령 권한대행과 박정희 대통령이 귀국를 거부했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출처가 불명확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담겼다. 9월호에는 "'USB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30여 명을 공개 처형하는 나라'가 오늘날의 북한"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러나 해당 내용에 대해 통일부조차도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가짜뉴스 논란이 제기됐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부분도 편향성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호에서 "(9·19군사합의는) 당시 군사적으로 면밀한 검토과정이 없이 정치적 의도에 의해 성급하게 이루어졌다"고 기술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후쿠시아 오염 처리수'를 '히로시마 오염 처리수'라고 하는 등 오자도 발견됐다. 부 의원은 "국방부 담당자들이나 정훈·문화자료심의위원회에서 간행물들을 읽기나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처럼 역사왜곡과 오류로 가득한 간행물을 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군복 입었다고 할 말 안 하면 병신"…野 "이런 태도 결국 대통령이 욕먹어"

김건희·이재명 공방으로 얼룩진 정무위…정승윤 野 의원 고소 논란 파행까지

#10·16 재보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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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취임 후 첫 호남行 "민주당·조국당, 자기 땅인 양 땅따먹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10·16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전남 곡성을 찾았다. 지난 7월 당대표에 선출된 뒤 첫 호남 방문이다. 야당 텃밭으로 전망이 밝지 않지만,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했다. 한 대표는 이날 전남 곡성 곡성5일시장을 방문,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군수의 당선 무효로 세금을 들여서 하게 된 선거"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마치 곡성을 자기 땅인 양 여기며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건 이 선거의 본질과 멀어도 너무 먼 얘기"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한 대표는 이어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곡성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것인가"라며 "저희가 지금 집권여당 아닌가. 곡성의 시민, 호남의 시민들께서 원하는 일을 신나게 할 기회를 한 번만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곡성에서 후보를 낸 게 30년 전"이라며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은 기간 곡성의 발전에 만족하나"라고 물었다. 최봉의 국민의힘 곡성군수 후보는 "돈은 집권여당이 집행하는 것"이라며 "집권여당의 강력한 후보로 예산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펼쳐서 이곳 곡성을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호남 지원유세에 나선 한 대표는 9일과 10일에는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를 각각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는다. 지난달 11일과 28일, 이달 5, 6일 등 부산을 세 차례 찾은 데 이어 네 번째 방문이다. 강화 또한 지난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 원내·외 인사들과 잇따른 식사 모임으로 세 결집을 시도하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재보선 지역 방문을 통해 입지를 더 넓히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계파 모임에 대한 당내 비판이 나온 만큼, 당대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트집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해 "그런 공작들에도 불구하고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압도적으로 선택해 맡겨주셨다"며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한 대표 측근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좌파 공작원과 야합해 우파 리더를 무너뜨리려고 했던 진영범죄"라며 "누군가와 엮여 있는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이어갈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섬이라 정치색 뚜렷" vs "이제는 바꿔야"… 양강 구도 속 '올드보이' 안상수 변수로 [르포]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이개호 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고발

#2024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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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모자 쓴 트럼프, 아랍계 눈치 본 해리스... 중동전쟁 1년 미 대선 활용 전략도 제각각

1년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전방위 전쟁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표심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휴전 촉구와 이스라엘 지지로 줄타기를 하는 사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 전폭 지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국 내 유대계와 아랍계 유권자를 향한 두 후보 간 득표 전략도 치열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1년을 맞은 7일(현지시간) 미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하마스는 역겨운 악 그 자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자국 방어에 필요한 것을 항상 갖추도록 하고,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유대인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외교 압박에도 무게를 실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말하면서다. 이날 공개된 미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도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랍계 미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이 뼈아픈 해리스로선 이스라엘을 마냥 압박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아랍계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이 격화하면서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미 뉴욕타임스)는 것이다. 미 ABC방송은 "해리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이념적 격차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이런 딜레마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이스라엘 절대적 지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보수 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에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187개 미사일로 공격한 이란에 맞서 (이스라엘은) 공격할 자격이 있고, 공격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州) 트럼프내셔널도럴골프장에서 열린 하마스 테러로 인한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이스라엘이 대테러 전쟁에서 승리할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해리스를 반(反)유대주의 후보로 규정했던 트럼프는 지난달에도 "내가 대선에서 지면 이스라엘은 2, 3년 내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대계 표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그는 "민주당에 투표하는 유대인은 머리를 검사받아야 한다"는 과격함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는 1년 전 가자지구 전쟁 초읽기 당시 하마스와 연대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매우 똑똑하다"고 표현해 이스라엘을 경악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 "러·이란, 미 대선 끝나면 '부정 선거 논란' 확산시킬 듯"

"해리스 당선되면 자동차·배터리 '청신호'...트럼프 되면 대미 수출 감소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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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당일에도 국수 뽑은 '이모카세 1호'...한복에 구두 신고 시장서 요리하는 '흑수저 요리사'

화제의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100명의 요리사가 보여준 '인간극장'이었다. 배달 노동자 출신 '중식 4대 명장' 여경래부터 15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진 '급식 대가' 이미영까지. 그들이 내놓은 음식엔 손맛을 넘어 굴곡진 삶이 배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엔 "먹고살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한 그들의 삶과 정체성, 꿈이 요리에 다 깃들어 있어 눈물 났다"등의 시청 후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톱8까지 살아남은 김미령('이모카세 1호'·50)은 지긋지긋한 가난을,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52)는 정체성 혼란을 요리로 승화했다. '결핍의 음식'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게 두 요리사의 공통점. 다음은 흑·백 계급을 넘어 음식으로 '인생의 맛'을 보여준 두 셰프 중 김씨의 얘기다. 지난 4일 낮 12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신관 지하 1층 '안동집 손칼국시'. 초등학생 5학년과 3학년이라는 두 어린이가 엄마 임모(43)씨와 함께 경기 구리시에서 이 노포를 찾았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씨가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가게다. 임씨는 "'흑백요리사'를 보고 아이들이 '이모카세 1호님 국수 너무 먹고 싶다'고 졸랐는데 마침 오늘이 학교장 재량 휴업이라 점심 먹으러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포 옆엔 좌판을 따라 20m 넘게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김씨가 담백한 멸치국물에 얼갈이배추를 넣어 끓여 '흑백요리사'의 인생 요리 미션에서 백종원·안성재 두 심사위원을 사로잡은 국수를 먹어보기 위해 몰린 행렬이다. 김씨는 "전통시장이 침체기였는데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국수는 김씨가 가난으로부터 오랫동안 빚어낸 음식이다. 사연은 이렇다. 중학교 2학년 때 그의 아버지는 사업 부도 후 뇌출혈로 쓰러졌다. 2층 양옥집에서 살던 김씨의 가족은 지하 단칸방으로 쫓기듯 내몰렸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경동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김씨는 "학교 다닐 땐 이 국수가 가난의 상징 같아 너무 먹기 싫었다"고 말했다. "창피해 너무 가기 싫었지만" 그는 학교가 끝나면 교복을 입은 채로 시장에 가서 배추와 파를 다듬고 설거지를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배우던 발레도 포기했다. 어머니가 당뇨합병증으로 눈이 어두워지자 김씨는 20대 때부터 이 노포를 책임졌다. 두 아이를 출산한 당일까지 가게에서 국수를 뽑았다. "임신해 배가 나온 채로 일하다 보니 국수 삶는 불에 앞치마를 계속 태워 먹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는 '흑백요리사'에서 '요리 신스틸러'였다. 레스토랑 팀전 미션에서 주목받은 건 비싼 고급 요리, 즉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내놓은 캐비아 장식이 아닌 그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섞어 잰 소박한 김구이였다. 정교하고 화려한 기술이 아닌 평범한 손맛의 힘이다. 김씨는 "김은 우리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자 해외에서도 선호하는 음식"이라며 "한식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 김구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분홍빛 한복 저고리에 올림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국수를 삶았다. 그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전통시장에서 한복과 구두를 곱게 차려입고 국수를 삶아내는 요리사라니. 시장에서도 늘 당당하게 요리했던 그에게 '흑백요리사'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 키우고 부모님 모시며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흑백요리사'는 내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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