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새 역사 쓴 차준환·김채연, 하얼빈의 감동 국내로 잇는다

19일 목동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 출전
아시안게임 이어 2주 연속 우승 도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채연(왼쪽)이 1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한국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출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남자 싱글의 차준환. 연합뉴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최초로 남녀 싱글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국내 팬들 앞에서 하얼빈의 감동을 이어간다.

차준환, 김채연은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4개 대륙 선수가 경쟁하는 무대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목동빙상장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차준환은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지난주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컨디션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함께 자리한 김채연도 "아시안게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4대륙선수권은 홈 팬들에게 '금빛 연기'를 선보일 좋은 기회다. 아시안게임 당시 차준환, 김채연과 우승을 다퉜던 일본 남녀 싱글 간판 가기야마 유마와 사카모토 가오리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한다. 대신 남자 싱글 세계랭킹 6위 미우라 가오, 여자 싱글 세계 9위 지바 모네 등이 출전한다.

가기야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로, 하얼빈 아시안게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차준환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가기야마 외에도 세계 1위 일리야 말리닌(미국)도 출전 명단에서 빠져 차준환의 우승 경쟁자가 줄었다.

동계아시안게임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과 김채연. 뉴스1

2022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 처음 우승했던 차준환은 "2주 연속 중요한 대회를 치러 지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경험들이 있어 잘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가진 것에 대해선 "영광스럽다"며 "우리 후배들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채연도 여자 싱글 세계 2위 이사보 레비토(미국) 등 세계 최상위 선수들의 불참으로 우승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게임 당시 세계 1위이자, 세계선수권대회 3년 연속 우승을 일궈낸 사카모토를 제치고 개인 최고점(219.44점)으로 금메달을 따낸 김채연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랭킹(3위)이 가장 높다. 김채연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며 "대회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했으면 좋겠다. 잘 자는 것을 목표로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법정 다툼 끝에 징계 효력 정지 판결을 받고 복귀한 이해인(고려대)도 은반에 오른다. 이해인은 "2020년 대회 때는 유망주로 갈라쇼에 초대받았는데, 이번엔 선수로 직접 뛰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이스댄스 임해나-권예 조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룬다. '취안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캐나다 출신 권예는 지난해 12월 법무부 특별 귀화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뒤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임해나는 "한국에서의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해 기쁘다"고 했고, 권예는 한국말로 "우리의 퍼포먼스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