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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선호에 취준생, 취업 2년 늦고 평생 소득도 13% 감소한다

입력
2025.02.04 16:34
수정
2025.02.04 19: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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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기업들 경력직 선호로 설 곳 잃은 청년
"중소기업·비정규직, 경력 쌓을 수 있게"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한 채용정보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한 채용정보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의 '경력 선호' 채용 경향 속에 청년 구직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다. 업무 경력이 없는 청년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첫 취업 문턱이 높아진 탓에 청년들의 평생 취업 기간은 2년 감소하면서 생애 총 소득도 13%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4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장수정 조사역이 쓴 'BOK이슈노트 :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실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한 달 이내에 상용직1으로 취업한 비율(2021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비경력자의 취업확률은 1.4%로 경력자(2.7%)의 절반에 그쳤다. 이 격차는 2010년만 해도 0.9%포인트에 불과했다. 11년 사이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경력이 없으면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채용 방식은 2020년 전후로 크게 바뀌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규모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줄고, 필요한 인력을 수시 채용하는 문화가 확산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신규 채용계획에서 경력직 채용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크게 늘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이런 변화에 타격을 입은 건 갓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이다. '기업과 근로자 간의 탐색-매칭 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비경력자 비중이 큰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44%에서 34%로 10%포인트 떨어진 데 반해, 30대는 54%에서 51%로 3%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채 과장은 "20대와 30대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17%포인트)의 40% 이상이 경력직 채용 확대 현상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경력직 채용 비중이 늘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20대 고용률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회 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경력직 채용 확대 영향으로 청년의 생애 총 취업기간은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었다. 그 결과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도 13.4%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복적으로 취업실패를 경험한 청년들이 구직 노력을 줄이면 고용률이 또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경력을 쌓을 기회 제공이 관건이다. 산학협력프로그램, 체험형 인턴 확대 등은 물론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야 한다는 결론이다. 채 과장은 "비정규직 근로자 중 1년 후 정규직 전환 비중이 10.1%에 불과하고 임시직 비중이 높은 지금 여건에서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안 돼'라는 청년층 인식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 상용직
통상 고용계약 기간 1년 이상의 임금근로자를 말한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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