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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설 차례 두 번 지내고, 카스텔라도 차례상에 올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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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23일 부산진구청 어린이집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세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제주에서 설날은 ‘정월멩질’(1월 명절), 추석은 ‘팔월멩질’(8월 명절)이라고 부른다. 보통 명절이나 제사에는 ‘쇠다’나 ‘지낸다’는 말이 붙지만, 제주에서는 ‘먹는다’는 말을 쓴다. 명절에 8촌 이내의 ‘괸당(친족의 제주어)’집을 돌아다니며 제를 지내고, 친족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는 것을 제주사투리로 ‘멩질 먹으레 간다(명절 쇠러 간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괸당들이 모여 미리 정한 순번대로 집집마다 방문해 차례를 지내고, 마지막으로 종손 집에 모두 모여 제를 지낸다. 이런 풍습 때문에 평소 조용하던 농촌마을도 아침 일찍부터 ‘멩질 먹으러’ 다니는 괸당들이 많게는 수십 명씩 몰려다니는 진풍경을 연출해 오랜만에 생기가 돌기도 한다. 또한 외부 차량 출입을 막았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출입구 차단봉은 물론 비밀번호가 있어야 열리는 공동출입문도 명절날 하루만큼은 출입이 자유롭다.
제주지역의 독특한 제례풍습인 문전제를 위한 문전상. 김영헌 기자
제주의 제례문화도 타 지역과 사뭇 다르다. 가장 특이한 모습은 조상신을 위한 차례상 외에 ‘문전상’을 하나 더 차려놓고 지내는 ‘문전제(門前祭)’다. 문 앞을 지키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문전신’을 위한 문전제는 무속신앙이 발달된 제주에서 무속 의례가 유교식 제사와 자연스럽게 혼합된 제주만의 풍습이다. 문전신은 가택신 중 가장 중요한 신으로 알려졌다.
차례상도 제주는 남다르다. 제주로 시집·장가온 타 지역 출신들은 제주의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보면 깜짝 놀란다. 카스텔라, 롤케이크, 단팥빵, 빙떡, 옥돔, 한라봉, 멜론, 바나나, 감귤주스 등 평소 자신들의 집에서 봐왔던 차례상에 놓여있던 음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차례상에는 카스텔라 등 빵과 함께 바나나, 멜론 등 열대과일을 제수용품으로 사용한다. 김영헌 기자
제주 차례상에 카스텔라 등 빵이 오르게 된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는다. 제주는 땅이 화산토인 탓에 벼농사가 거의 되지 않았고, 육지와 교류도 쉽지 않아 예로부터 쌀이 귀했다. 이 때문에 귀한 쌀로 만든 떡 대신 술빵과 비슷한 ‘상외떡’(보리가루 등에 막걸리를 부어 반죽, 발효해 만든 빵) 등이 차례상에 올랐다. 그러다 70년대부터 제빵기술이 발달한 뒤에는 상외떡을 대신해 단팥빵을 비롯해 카스텔라나 롤케이크가 차례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도 일반적인 사과나 배 외에 제주 특산품인 감귤·한라봉·천혜향 등 다양한 귤 종류를 비롯해 이전에 많이 재배됐던 파인애플, 바나나, 샤인머스캣, 멜론 등 열대과일도 눈에 많이 띈다. 제주(祭酒) 역시 독특하다. 제주로 일반적으로 소주와 함께 감귤주스 등 음료수도 함께 사용한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좁쌀로 전통음료인 ‘감주’(차조식혜)를 사용하다, 주스나 음료수로 대체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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