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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지킨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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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발냄새연구회’, ‘와식생활연구회’, ‘전국고양이집사노동조합’, ‘돈없고병든예술인연합’, ‘나, 혼자 나온 시민’….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를 가득 메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등장한 이색 깃발들이다.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 LED 모자나 안경 같은 ‘시위템’도 눈에 띄었다. 결연한 의지에 해학 한 스푼까지 장착한 시민들을 보며 울컥했다. 마치 ‘우리 지치지 말자’고 서로를 위안하고 다독이는 듯해서다.
역사에 길이 박제될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9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반헌법적 비상계엄령이 해제되기까지 살 떨렸던 6시간. 그 한가운데에도 시민이 있었다. 계엄령 속보가 뜨자, 누구보다 빨리 움직인 건 시민이었다.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회부터 지키러 달려갔다. 시민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엄군이 탄 버스를 막았고, 총기로 무장한 계엄군을 향해 “반헌법적 계엄에 부역할 건가” “동조하면 처벌받는다”고 외쳐댔다. 국회에 군을 투입해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건 국헌 문란 행위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건 무엇인가. 민주주의다.
시민 수천 명이 국회 밖을 지키는 동안, 안은 국회 보좌진이 진을 쳤다. 계엄군이 본회의장으로 가는 길을 막으려 소파, 탁자, 책장에 선풍기까지 동원해 장애물을 쌓았다. 긴박한 상황에서 의원 190명이 무사히 본회의장 좌석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이들 덕분이다. 보좌진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지킨 건 무엇인가. 민주주의다.
시민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는 동안, 공복들은 무얼 했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계엄령을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비겁한 변명이다. 일부 국무위원은 입을 닫고 뒤로 숨었다.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표한 국무위원이 몇 명인지, 있기나 한 건지 알 수도 없다. 사의 표명 같은 ‘정무 쇼’로 마무리할 생각은 접어라.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다. 당신들도 그러했나.
여당의 원내사령탑은 의원들 소집 장소를 네 차례나 바꿔 혼선을 초래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은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는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당사에 있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친위 쿠데타’에 동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마저도 불참해 무위로 돌렸다.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본회의 투표를 ‘불참 당론’으로 강제하는 게 과연 민주주의인가. ‘박근혜 국정농단’ 때 새누리당도 그러진 않았다. “임기를 포함해 정국 운영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태도를 바꾼 한동훈 대표에게도 기대할 게 없다. 대통령을 대리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건 위헌적 발상이다. 대통령의 직무를 어떻게 배제하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차기 권력이 자기 쪽으로 기울어질 거라 판단하는 건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대다수 민심이다.
위기 때마다 시민이 지킨 나라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은 건 저항하고 행동한 시민 덕분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어리석게도 그 무서운 시민의 힘을 모른다. 역사는 결국 정의의 편이었다. 시민은 이미 그쪽에 섰다. 당신들은 어쩔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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