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국정브리핑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같이 밝힌 뒤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분석에서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 매장 확률이 20%라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매년 1,000억 달러 안팎의 원유와 수백억 달러의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산유국 대열에 올라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감격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국운까지 바꿀 수 있는 국가적 경사다.
그러나 자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산성이다. 채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입하는 것보다 더 높으면 사업의 실익이 없다. 실제로 1998년 울산 남동쪽에서 동해 가스전을 발견, 2004년부터 2조6,000억 원어치의 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했지만 결국 사업성이 떨어져 2021년 멈춘 바 있다. 이번엔 당시보다 더 깊은 심해 광구여서 생산비는 더 들 수도 있다.
석유 가스 개발은 물리탐사, 탐사시추, 평가시추, 생산시추의 단계를 거친다. 물리탐사는 물속에서 탄성파를 쏴 해저로 갔다 되돌아온 파동을 분석, 매장량을 추정하는 작업이다. 이제 겨우 첫 단계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나왔을 뿐이다. 1공당 1,000억 원이 드는 탐사시추와 경제성을 따져보는 평가시추를 거쳐 본격적인 생산까지 가려면 10년도 더 걸린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의 매장 가치’를 논하긴 이르다. 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 돼야 하나 섣부른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국내 및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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