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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일로에 있는 '오커스(AUKUS)' 첨단 기술 연대

입력
2024.04.05 04:30
27면

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왼쪽)과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지난달 21일 호주 캔버라 연방하원에서 새 방위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이날 체결한 협정에는 양국이 위협받을 경우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왼쪽)과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지난달 21일 호주 캔버라 연방하원에서 새 방위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이날 체결한 협정에는 양국이 위협받을 경우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2021년 9월 15일 체결된 ‘호주ㆍ영국ㆍ미국 삼자 안보협력’(AUKUS·오커스)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오커스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3국의 안보ㆍ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인데, 두 방향(two pillars)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방향(AUKUS Pillar I)은 미국ㆍ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3월 22일에 개최된 호주와 영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호주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영국에 약 50억 호주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은 잠수함 설계와 잠수함용 원자로 생산 공장을 확장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또 다른 방향(AUKUS Pillar II)은 3국이 첨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안보ㆍ국방과 관련된 과학, 기술, 기반 산업, 공급망의 융합과 연계를 심화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오는 4월 10일 개최 예정인 미국ㆍ일본 정상회담에서 오커스와 일본의 국방 기술협력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런 논의는 2023년 8월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보고서가 '한국과 일본이 오커스 첨단 기술 협력에 합류하도록 영국이 미국과 호주에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는 '필러 II'의 전개에 더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로의 핵잠수함 기술 전수가 ‘한 번이자 마지막’(one-off)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커스 삼국이 첨단 기술 협력의 외연은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첨단 기술이 민간과 군의 겸용 기술인 바, 첨단 기술 연대에서 안보적 신뢰와 ‘동류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중시된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예외적으로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호주가 인도ㆍ태평양 지역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호주와 영국은 지난 3월 21일 양국의 군대가 서로의 영토에서 군사훈련을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수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바, 우리가 오커스 첨단 기술협력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군사적ㆍ산업적 이익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참여는 초청을 전제로 한다. 오커스 3국이 연대 대상을 선정할 때 첨단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안보적 신뢰와 협력의 경험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커스 3국 및 오커스의 잠재적 연대 대상 국가(일본 인도 뉴질랜드 등)와의 양자 및 다양한 조합의 소다자 안보협력을 증진해야 한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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