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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름띠에 비료 4만톤 유출'... 후티 공격 침몰 선박에 홍해 '환경 재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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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파손됐던 화물선이 홍해를 표류하다 1일(현지시간) 끝내 침몰했다. 후티 반군은 수개월째 홍해 상선 수십 척을 공격해 왔으나 선박이 실제 침몰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선박의 연료와 적재됐던 비료가 바다에 풀리면서 '환경 재앙'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로이터통신 등은 2일 예멘 관리들을 인용해 "지난달 18일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던 (벨리즈 선적 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전날 홍해에 침몰했다"고 전했다. 루비마르호는 피격 후 기울어진 채 홍해를 표류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2주 만에 결국 가라앉은 것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선원들은 미사일 공습을 받자 배를 포기했고, 승선했던 24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 그러나 표류하던 루비마르호는 인근 항구로 예인될 계획이었으나 결국 침몰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 오염이다. 이미 파손된 루비마르호에서 연료가 흘러나와 해수면에 초대형 '기름띠'가 둘러진 상태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24일 엑스(X)를 통해 "후티 공격으로 선박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약 29㎞의 기름 유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AP는 해수 오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어업이 주력 산업인 예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구축했으며, 여기에 식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루비마르호에 실려 있던 4만1,000톤 이상의 질산암모늄 비료도 해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MENA(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줄리앙 즈라이사티는 "선체 파손으로 비료가 홍해로 방출돼 해양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먹이사슬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리 알사왈미 요르단대 해양과학연구소장도 "(비료로 인해) 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하면 산소를 너무 많이 소모해 다른 해양 생물이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후티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예멘 정부의 아흐메드 아와드 빈무바라크 외무장관은 이날 X에서 "루비마르호 침몰은 예멘과 이 일대 지역이 경험해 본 적 없는 환경 재앙"이라며 "매일 우리는 후티 반군의 모험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고 비판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을 맹주로 하는 '저항의 축(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의 일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대 수로 중 하나인 홍해에서 '이스라엘행 선박을 막겠다'며 공격을 개시했으나 실제로는 제3국 상선도 무차별 공격하며 세계 무역 흐름을 끊고 있다. 이에 미국·영국도 지난 1월 중순부터 후티 반군 근거지에 공습을 가하며 맞서 왔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후티 지도부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 최고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X를 통해 "가자지구의 대량 학살과 포위 공격을 지지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루비마르호에 책임이 있다"며 선박 소유국인 영국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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