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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스칸디나비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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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한 노동운동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경악한 적이 있다. "사회주의 노선은 이제 포기하겠다. 그 대신 10년 내 스웨덴과 유사한 평등사회를 만드는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아니, 노동운동가가 이렇게 세상을 모르나!"
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가 스웨덴과 유사한 사회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는 여러 개의 제도로 구성돼 있다. 제도는 고유의 이해관계자 집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기란 어렵다. 스웨덴처럼 불평등 정도가 낮은 사회를 가져온 요인은 노조의 중앙집중화된 조직구조와 연대적 임금정책인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스웨덴적 지향을 일부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가족정책이다. 그것을 연구자들은 '정책의 스칸디나비아화'로 표현한다.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한 사회경제적 필요 때문이다.
여성이 출산과 보육의 부담 없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족정책은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가장 먼저, 모범적으로 실행되었다. '정책의 스칸디나비아화'란 공보육 서비스와 육아휴직급여의 높은 소득대체율 등 여성의 전일제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실시하는 것, 여성을 가족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독립된 개별노동자로 인정하는 것, 배우자의 사회보장권에서 파생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개인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 맞벌이 부부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외벌이에게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정책이 높은 여성고용률과 출산율을 동반한다. 스웨덴의 2023년도 1분기 여성고용률은 75.67%이고 2021년 출산율은 1.67명이다.
독일처럼 전통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가졌던 국가도 △3세 이하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육아를 목적으로 휴직할 경우 소득의 67%를 보전하는, 스웨덴을 모델로 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정책변화를 통해 3세 미만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과 유자녀 여성의 취업률은 크게 증가했다. 최근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73.51%에 달한다.
가족정책에 관한 한 후발주자인 한국과 스웨덴의 격차는 아주 크다.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61.36%에 불과하다. 스웨덴에서 2세 미만의 아이를 둔 엄마의 고용률은 70%를 넘지만, 한국에서는 50%를 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남녀 고용률 격차는 5%를 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15.6%이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가임기에 여성이 노동시장을 떠나 애들이 어느 정도 큰 뒤에 다시 경력단절여성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M자형 커브는 스웨덴에서는 1970년대 극복되었으나 한국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제 여성 근로자가 자유롭게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고용률과 출산율을 높이는 문제는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되었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촉진하는 제도 등 스웨덴 정책의 요소들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마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책의 스칸디나비아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 구상들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 길이 늦게 출발한 복지국가를 현대적으로 재설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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