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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판사 파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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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40대 판사가 인간의 표리부동과 추잡함을 실천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6월 22일 경찰이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성매매 여성을 붙잡았는데, 성매매를 하고 떠난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니 울산지법의 이모 판사였다.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 15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 이 판사는 그 며칠, 사법연수원에서 성인지·윤리 교육 등 경력법관 연수를 받던 참이었다. 1, 2년 전엔 형사항소 합의부 소속으로 성매매 재판 7건에 관여했고, 피고인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성매매 알선 업주 판결문엔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아,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남겼다. 판사는 금고 이상을 선고받아야 파면되는데, 성매수 초범은 기소유예가 많다. 법관 징계는 고작 정직 1년이 최고다. 2016년에도 현직 판사의 성매매가 적발됐으나 감봉 3개월에 그쳤다. 헌법에 신분이 보장되어서, 판사직에서 내리려면 탄핵뿐이다.
□ 작년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비위 판사 수호를 위해 제도는 작동한다. ①만취(혈중알코올농도 0.181%) 음주운전 경찰은 파면, 비슷한 사건(혈중알코올농도 0.184%) 판사는 정직 1개월, ②음주 뺑소니 교사는 해임, 판사는 감봉 2개월, ③4회 골프 접대받은 지방공무원은 해임, 11회 골프 접대받은 판사는 정직 2개월···. 스스로 창피해서 그만두지 않는 한 ‘판사님’은 영원하다.
□ 헌법 탓은 하지 말자. 운용 못하는 사람의 잘못이다. ‘사법 농단’ 연루 판사들의 탄핵을 추진했던 이탄희 의원은 “미국처럼 파면 사안은 국회로 통보해서 탄핵하고 연금도 감액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관은 15차례, 일본 법관은 9차례 탄핵소추됐다. 영국은 한 해 20~30명씩 판사들이 파면된다. 성매매 판사, 불법촬영 판사, 음주 뺑소니 판사 탄핵소추를 국회가 상례화하면 의원들이 박수받을 일이다. 현실은 정치적(권력형) 사건에만 반응하는 ‘의원님들’ 덕에 ‘잡범 판사님들’은 살뜰히 보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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