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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던 KT 새 CEO 자격 요건서 'ICT 경험' 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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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대표이사(CEO) 선임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었던 KT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지지부진했던 새 CEO 뽑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CEO 자격 요건에서 기존에 있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지식'을 삭제하고 보수 정권 인사들이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KT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거버넌스 TF) 에서 마련한 개선안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진행했으며 7인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를 추천했다고 9일 밝혔다.
후보로 추천된 7인은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다.
다만 일부에선 최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 미래부 장관을 지냈으며 윤 차관은 이명박 정부 인사인 만큼 KT가 정부와 색깔을 맞추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 1팀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한 관료들이 (사외이사 후보에) 들어가면 회사가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이나 ICT 분야 전문성이 없는 분들이 통신요금 낮추기나 KT 미래 비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며 "정권 눈치 보기 또는 정권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를 찾고 심사해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신규 사외이사들은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며 7월 말까지 새 CEO 후보자를 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8월 주총을 통해 최종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에 따라 퇴임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유지했던 임기 만료 사외이사 3인의 직무도 끝난다.
더불어 새 사외이사들에게는 기존보다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데 이날 나온 CEO 선임 프로세스에서도 ①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경영 감독 강화 차원에서 기존 사내 이사수를 3인에서 2인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개선안에는 또 ②현직 CEO의 연임우선심사 제도 폐지 ③CEO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기존 보통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 ④이번 선임 절차에 한해 외부 전문기관 추천과 공개 모집뿐만 아니라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 CEO 후보군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기존 정관에 따라 CEO 후보자 자격 요건에 있던 'ICT 분야 지식과 경험'을 삭제한 점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거버넌스 TF 측은 자격 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네 가지 항목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ICT 경험이 없는 특정인을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앞선 CEO 선출 과정에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는데 이런 점을 의식한 개정 아니냐는 것이다.
김주호 팀장은 "CEO 심사 기준에 ICT 경험을 넣은 이유는 과거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했던 것"이라며 "이 조항이 빠지면 정권이 입맛에 맞는 CEO를 앉힐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KT가 정권 개입에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시민사회 단체들과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KT출신으로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속한 K-비즈니스연구포럼에서 활동 중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는 "심사 과정에서 ICT 산업 전문성이 없는 후보는 걸러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하면서도 "지금 해당 조항을 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T가 통신사를 넘어 로봇, ICT, 디지털로 사업을 넓히는 만큼 산업 전체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CEO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새로 뽑힐 CEO 후보가 전문성이 없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ICT 전문성이 빠진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기존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그룹 전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유관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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