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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암표·재학생 홀대... 대학 축제 올해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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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맞아 대학들이 개최하는 축제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예인을 섭외한 공연을 두고 재학생 홀대, 암표 판매 등의 논란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축제가 취소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19일 경희대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 있는 국제캠퍼스는 축제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져 22~24일 예정됐던 축제가 취소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축제가 취소된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가 (축제 공연에 출연할) '연예인 섭외' '무대 설치' 등을 대행하는 용역업체 선정을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를 내정해 진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단과대학 회장단 명의의 공동성명문이 확산했다.
단과대학 회장단은 "지난 4월 축제를 주최하는 총학생회로부터 4개 업체의 견적서를 받아 해당 업체들과 미팅하는 과정에서 견적서를 내지도 않은 특정 업체가 지난 2월부터 내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재학생들은 "(축제 예산) 1억5,000만 원이라는 큰돈이 개인의 독선에 의해 운용되는 일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했고, 경찰도 15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총학생회 측은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최근 총학생회장 탄핵발의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조만간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탄핵 찬반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세종대 축제 공연 논란 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글에 따르면, 전날(17일) 세종대 총학생회는 요즘 최고 인기 걸그룹 '아이브'를 비롯한 연예인 공연을 앞두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입장 확인용' 팔찌를 판매했다. 인근 주민과 타 대학교 학생 등 외부인들의 입장을 제한하기 위해 재학생에게는 학생증 확인 후 무료로 나눠주고, 그 외 사람들은 팔찌를 구매(5,000원)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아이브가 공연한다'는 소식에 외부인들도 많이 몰려 점심 때쯤 팔찌 판매가 중단됐다고 했다.
글쓴이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입장이 오후 4시라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점심 때쯤 총학생회 측이 수십 분간 줄 서 있던 학생들에게 '어차피 못 사니 줄 서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공연이 시작됐을 때 운동장은 관객이 절반도 안 찼다. 반면 운동장 주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나무 위에 올라가 위태롭게 공연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글쓴이는 "재학생들, 특히 수업이 있었던 학생들은 (중단 이후 팔찌를 못 받아) 공연을 못 보게 됐다"며 "등록금 400만 원 내는 학생은 못 보고, 5,000원 낸 외부인은 공연 본다는 불만이 확산했다"고 적었다. 외부인 입장 제한하려다 되레 재학생이 홀대받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비어 있는 운동장, 그 주변으로 몰린 인파, 나무 위 관람객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세종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세종대 축제인데 다른 학교 축제 몰래 훔쳐보는 느낌으로, 낙동강 오리알 대접 잘 받았다", "억울하고 서럽다" 등의 글이 달렸다.
다만, 공연이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무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인원을 제한하고, 사고를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 누리꾼도 "인원관리 제대로 안 돼 압사 사고라도 났으면 어떻게 하냐"며 "이렇게 욕먹은 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해야 될지도"(스페**)라고 적었다.
이처럼 인기 가수나 연예인이 출연하는 대학 공연에는 암표가 성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연세대 응원단의 '아카라카' 공연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20일 열리는 해당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티켓을 구한다"고 올린 글이 수두룩하다.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재학생들에게 1만7,000원에 판매되는 티켓가격이 2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무대 앞자리 VIP석의 경우 "33만 원에 사겠다", "35만 원에 구매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아카라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으로 열리다가 3년 만인 지난해 9월 처음 대면으로 개최됐을 때도 암표가 극성을 부렸다. 당시에도 "티켓을 20만 원에 사고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암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신입생은 물론 코로나19 시기 입학한 학생들이 축제를 경험하지 못해 수요가 몰린 탓이란 해석도 나왔다.
연예인 공연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누리꾼들은 "축제 때 연예인 부르는 거 정말 손봐야 된다", "매번 축제 시즌마다 연예인 부르는 걸로 호들갑 떨고 논란 벌어지니까 피곤하다" 등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대학원생 김영혜(29·가명)씨는 "대학생들이 즐길 만한 놀이문화가 빈약하고, 결속력도 떨어지니까 연예인 공연에 의존하는 것 같다"며 "대학의 상업화에 학생들도 물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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