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5일 대출탕감 방식의 출산 지원 정책을 발표한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정부 정책 기조와 상반된다”고 부인했고 8일엔 “부위원장 해촉 검토”를 언급했다. 9일엔 “고위 공직을 당대표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그렇게 심각한 잘못이라면 사표를 받으면 될 일이지 대통령실이 공공연히 사퇴를 거론하며 망신을 줄 일인가. 당원 지지율 1위인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윤핵관 당대표’를 만들 뜻을 드러냈다.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문자로 대통령 속내를 드러낸 후 윤리위 징계를 거쳐 이준석 전 대표가 밀려났고, 당대표 적합도 1위 유승민 전 의원을 가로막은 전당대회 룰 변경 때도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반면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김기현 의원 등은 관저로 초청해 만났다. 룰 변경 후 가장 유력해진 나 부위원장이 6일 “마음을 굳혀가는 중”이라고 출마 뜻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의 비판과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이 집중되는 것을 우연으로 볼 수 있겠나.
당원 축제여야 할 전당대회가 대통령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고 정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직 대통령만 바라보는 여당이 돼 민심과 거리가 멀어지고 당내 다양성을 잃게 되는 탓이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 의원은 캠프 개소식을 여는 등 전당대회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에게 줄서기가 아닌, 당의 미래를 경쟁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명이 나 부위원장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답은 정해졌으니 당원들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고 한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