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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명분 줄 9·19합의 효력정지 신중해야

입력
2023.01.05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말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남북 간 군사적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 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북한의 합의 위반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0~12월 북한이 동·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북측 완충수역에 잇따라 포격하며 사실상 합의를 무력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북한의 변화가 없으면 9·19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북한의 연속 도발에도 ‘합의 파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는 선제 파기 선언이 실익은 적고, 오히려 북측에 도발 구실만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9·19 합의가 군사력이 열세인 북한에 유리하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공식적으로 파기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효력 정지 검토 지시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이전 합의 위반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도발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점점 가능성이 커지는 ‘7차 핵실험’을 사전 차단하려는 강력한 경고 성격도 있다. 국내법상 9·19 합의는 파기는 불가능하고 일정 기한 효력 정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의 전면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장치가 9·19 합의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과거 북한이 미사일 시험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후 대화를 재개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음을 생각한다면, 합의 유지는 향후 대화 국면이 재개될 때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군사·경제·외교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음을 고려할 때, 합의 효력 정지에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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