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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전기료 인상, 에너지 과소비 체질 바꿀 계기로

입력
2022.12.31 04:30
23면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요금이 새해부터 월평균 4,022원(4인 가구 기준) 오른다. 킬로와트시(㎾h)당 13.1원 인상으로, 한꺼번에 9.5% 올라 역대 최고 상승 폭이다. 최근 물가가 크게 뛰면서 가계는 물론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막으면서 한국전력의 누적적자는 올해 약 30조 원까지 늘어났다. 한전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마저 과도하게 늘어나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까지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기간 전기요금 인상 억제는 우리 경제를 에너지 과소비형으로 만들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저렴하며, 산업용 요금도 평균 이하이다. 낮은 요금은 과소비를 유도해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면서도 한국은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이다. 일본 독일보다 2.5배, 영국에 비해서는 3.5배나 많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 국경세’ 시행을 예고하는 등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저지를 명분으로 탄소 과소비 상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과소비 체질을 빠르게 바꾸지 못한다면, 수출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거의 전적으로 수입하는 화석 에너지 비율을 줄여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정에너지 비중을 높이며 과도기 대책으로 원자력 발전을 유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가계와 기업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인상 적정액은 ㎾h당 51.6원으로 경제의 부담을 생각해 3,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 가정과 기업도 에너지 절약형으로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처하기 힘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보완책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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