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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와 무관?" "아래만 죽어나"... '책임 회피'에 서울시·경찰 공무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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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원과가 이태원이랑 관련이 없다고?” “이 조직은 미래가 없다.”
최근 며칠간 서울시청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는 공무원들의 분노 어린 글로 도배가 됐다. 앞서 11일 서울시 재난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안전지원과 소속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꼬리를 문 의문에도 서울시는 “고인은 대책회의 참석 대상도 아니다”라며 이태원 참사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시는 “참사와 관련 없다는 게 아니라 재난상황실이나 사고 현장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유서를 남기지 않아 A씨의 정확한 사망 이유는 모른다. 공무원들이 분노하는 건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조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1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이태원 참사 후 국회의원 자료 요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응 등을 맡은 실무 책임자였다. 서울시는 8일 ‘참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묻는 민원에, “시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재난을 예방할 책무가 있는 서울시가 사고를 막지 못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신했는데 이 역시 A씨가 결재한 문서였다.
누가 봐도 고인이 참사 업무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데도, 서울시가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니 격한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블라인드 글은 “관련 없는 부서가 왜 요구 자료를 제출하고 민원에 답했나” “안전지원과, 이제부터 이태원 업무 다 보이콧 하세요” 등 성토 일색이다. A씨 빈소를 조문한 한 서울시 공무원도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시 고위직 의중이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 후속 대응도 빈축을 샀다.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참사와 관련 없는 부서라는 최초 해명은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내용”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에 확인한 뒤 언론에 (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도 기관들끼리 볼썽사나운 진실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찰 조직도 ‘꼬리 자르기’ 비판에서 별반 자유롭지 않다. A씨와 같은 날 사망한 채 발견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사건을 두고 경찰 내부망엔 “우리 수뇌부는 왜 제대로 말을 못하나” 등 경찰 지휘부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2일 빈소를 찾았는데 유족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오열하며 명예 회복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은 동료의 죽음이 그저 안타까워서 분개하는 것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원인과 진실 규명을 위해 꾸려진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말단직원들만 희생양 삼기 위해 저인망식 표적 수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12, 13일 주말에도 용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책임 소재의 윗선 격인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수사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수본은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의견도 겸허히 청취하겠다”면서도 “기초수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내주에는 총경급 간부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서울청 상황관리관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지금 분위기라면 행안부와 서울시 고위직을 수사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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