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4년 임기 반환점에서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하원의원 435석 전체,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 선거다. 개표 상황을 보면 하원에선 공화당이 집권 민주당으로부터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50대 50으로 동석인 상원 선거는 박빙이다. 이로써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를 장악했던 미 권력 구도는 정부와 의회 권력이 나뉜 '분점정부'로 바뀌게 됐다.
미 중간선거가 대대로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띤 데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아 공화당의 선전은 일찍부터 예측됐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발 경제난을 낙태권 옹호 등 다른 이슈보다 중시한 점도 보수 성향인 공화당에 유리했다. 입법권, 청문회 등 강력한 정부 견제 수단을 지닌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공화당 맹주'로 선거 전면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후년 대선 출마까지 예고해 미국은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설 판이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바이든 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우리 정부도 선거 여파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산업 분야에선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타격을 준 미 인플레감축법(IRA) 보완이 당면 과제다. 그간 공화당 유력 의원들이 IRA 개정이나 예산 폐기를 거론해온 만큼 미 의회를 상대로 국익을 관철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미국에서 대외정책은 초당적 영역이라 선거의 영향이 크지 않을 테지만, 공화당이 북한·중국에 상대적으로 '매파'인 점은 유념할 일이다. 아울러 미국이 자국우선주의에 경도돼 한반도 문제를 소홀히 다루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대미 외교에서 '의회 외교'에 보다 공들일 필요도 있다. IRA 입법 무방비 사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홀대 논란 등은 미 정치에서 의회가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하지 않았다가 큰 비용을 치른 실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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