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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사복 경찰이 더 많아... "기동대 필요" 용산서 요청에 서울청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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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서울 용산경찰서가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인력(경력)이 더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서울경찰청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청은 오히려 마약 범죄 단속 인력 증원에만 신경썼다. 이때문에 참사 당일 투입된 전체 경찰 137명 중 절반이 넘는 69명이 질서 유지와 큰 상관 없는 사복 경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청과 용산서 등의 사전 안전조치 여부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4일 서울청과 용산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산서 112상황실은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핼러윈 주간 이태원 지역에 경력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치안상황 분석 보고서'를 서울청 112상황실에 제출했다. 10만 명 넘게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서울청의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는 핼러윈 상권 회복으로 이 기간 112 신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란 예측만 담겼을 뿐 질서 유지를 위한 경력 동원 방안은 빠졌다. 서울청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이 보고를 받은 김광호 서울청장 역시 경비과에 전화해 마약 단속 인력 투입이 가능한 지만 물었다. 해당 부서는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실제 참사 당일 서울 도심에는 경기남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 등 다른 지방청에서 13개 기동대가 파견됐을 정도로 경력 운용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김 청장은 다시 수사·형사 부서에 마약 단속 인력 배치를 지시했다. 결국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마약 범죄 단속을 위한 형사가 50명이나 투입됐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이날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137명 중 절반이 넘는 69명이 사복 경찰이었다. 마약 범죄 단속 인력 50명 외에도 생활안전(9명), 112(4명), 외사(2명), 여성청소년(4명) 등이다. 나머지 68명의 정복 경찰 가운데 오후 9시30분 뒤늦게 투입된 교통기동대(20명)를 빼면 질서 유지 인력은 교통(6명), 이태원파출소(32명), 관광경찰대(10명) 등 48명에 불과했다.
서울청의 이 같은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단 지적이 높다. 이날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일찌감치 예측됐고, 이태원 관할서인 용산서 역시 여러 차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기동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용산서 측이 사고 사흘 전 별도 보고서를 낸 것도 지구촌축제(10월 15~16일)가 종료되고 2주간 서울청과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경비 협의를 진행했지만, "교통기동대 1개 제대만 30일 0시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최종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용산서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태원 지구촌축제 때도 경찰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다"면서 "보고서를 직접 서울청 112상황실로 보내면 회신 내용보다 많은 기동대 인력을 투입해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용산서 112상황실은 보고서에 더해 유선전화 등 다른 경로로 추가 경력 투입을 계속 요청했다. 다른 용산서 관계자는 "서장이 (서울청이 제시한) 교통기동대 1개 제대를 지원 받는 것을 우선하되, 경찰기동대 배치를 추가 요청해 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서울청은 집회가 너무 많아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추가 경력 요청을 받은 적 없다"는 서울청 입장에 대해선 "통상 일선서는 서울청과의 유선실무 협의를 거쳐 도출된 최종 결과만 공문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공문만 오가지 않았을 뿐 분명히 수 차례 요청했다는 것이다.
서울청의 거듭된 난색에도 용산서 112상황실은 지난달 27일 "경찰기동대를 지원받아 200명 이상을 핼러윈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용산서 관계자는 "관심이 집중되는 언론에 나오면 서울청도 볼 것이라고 생각해 경찰기동대 추가 지원을 기정사실화하는 자료를 작성했다. 마지막 승부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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