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역대급 도발에... 한미 SCM 공동성명 '김정은 정권 종말' 첫 명시

한미, 北 핵사용 시나리오 상정 TTX 연례 개최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상시 배치' 준해 운용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3일 미 워싱턴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섭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워싱턴=AP 뉴시스

한미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에 합의했다. 매년 미국의 '핵우산' 훈련을 열고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 전략자산을 사실상 한반도에 상시 전개하기로 했다. 특히 전술핵 등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언급하며 강력한 대북 경고장을 날렸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핵우산이 가동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54차 SCM을 마친 뒤 공동성명 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노력과 전술핵무기 사용 위협 등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레짐체인지)를 언급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 공동성명은 지난번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 종말까지 가져온다는 한미의 강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고위급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는 없었던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미국 국방부 청사 입구에서 의장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훈련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한미는 최근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남한 공격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핵사용 억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동맹의 의지와 능력을 현시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다양한 핵무기와 투발수단 개발 시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영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고 밝혔다. 미군의 B-1B, B-52, B-2 등 3대 전략 폭격기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을 수시로 한국에 전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략자산의 전개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술핵의 한국 배치는 옵션에서 빠졌다. 이 장관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건 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상충되니 고려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는 아니더라도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러 옵션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체계와 유사하다.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B-1B 랜서 폭격기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국방장관, '죽음의 백조' B-1B 현장시찰

한편,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회의 후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함께 찾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와 B-1B 랜서 폭격기의 능력과 작전운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와 B-52는 북한이 핵도발에 나설 경우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는 미 전략자산 중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 미 전략자산에 대한 현장 시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핵 도발시 양국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