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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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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난 18일 경북 상주 지역 유세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상주보와 낙단보 일대 수변지역 관광자원화를 기대하고 있는 지역민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환경단체들의 숙원이었던 보 해체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 4대강 사업은 완료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3개 정권에 걸쳐 감사원 감사만 4차례 이뤄졌을 정도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공약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정권 중반이던 2019년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 보(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해체를 결정했지만 유역 주민들의 반발로 임기가 2달 남짓 남은 지금까지도 해체 시기를 못 정했다. 환경보존과 경제개발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환경부는 보 개방 실험을 계속하며 시간을 벌거나 보 일부 해체라는 상징적 결정만 내리고 구체적 이행은 미루는 형식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보 해체 찬성론자와 유지론자들의 대립은 팽팽하다. 정부가 보 개방 실험 이후 수질평가 결과를 내놔도 해체론자들은 녹조류 감소를, 반대론자들은 인 함량(TP) 증가를 내세우는 등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낙동강 기수(汽水) 생태계 복원 기념식에서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자연생태계 복원에 성공한다면 4대강 보 개방 문제해결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 전문가들은 정권이 교체되건 유지되건 보 개방ㆍ해체 논쟁은 다음 정부에서도 결론 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했을 때 생태계 복원현상이 목격되는 건 분명하지만, 4대강 사업완료 이후 시간이 흐르며 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태주의와 개발주의 중 어느 것이 옳은가’라는 원론적 접근이나 정략적 접근으로는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장기 목표로 정하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쓸 수 있는 수자원은 활용하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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